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 음악과 오케스트라라는 고상하고 우아한 ‘클래식 나라’ 이야기를 끌어와 꿈도 잊고 아등바등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애환을 대비시킨다. 그러나 꿈과 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괴리감에 시달리는 생활인들이 다시금 악기를 잡고 프로의 세계에 도전한다는 이 무모한 이야기는 클래식음악을 개개인의 품위나 인생의 질을 높이는, 또 삶을 위무하고 찰나의 판타지를 선사하며 나아가 인생을 변혁시킬 도구에 머물도록 두지 않는다. 처음부터 “니들은 안 돼!”라는 강마에의 말을 거역하기 위해 봉기한 <베토벤 바이러스>는 ‘무모함’이라는 이름하에 끊임없이 뒷전으로 밀려났던 것들에 대한 진심어린 도전과 성장을 목표할 뿐이다. 바로 그 진짜 이름은 ‘꿈’이었던 것들을 말이다.
“여러분은 너무 착해요”로 시작했던 강마에의 ‘질타’는 그 어떤 지적보다도 날카롭고 적절하다. 음대에 진학 못하고 또 음악을 업으로 삼지 못한 것에 대해 부모와 형제 등을 들먹이며 ‘나는 이 모두를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치뜨는 그 선하고 당당한 눈빛이란 결국 그럴듯한 핑계이며 부질없는 자위일 뿐. 자기 자신마저 깜빡 속아 넘긴 이 그럴듯한 거짓말 덕분에 단원 모두는 음악을 밥벌이로 삼은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으로 흩어져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물론이요 그 어디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며 모자란, 아니 덜떨어진 자투리 인생을 살고 있다. 꿈과 모험에 눈 돌리고 ‘희생’한 결과는 그야말로 남루하다. 안정이란 이름하에 원치도 않는 경찰과 사무직공무원을 직업으로 택한 이들, 그리고 ‘정희연’이란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고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어느 아줌마의 분투기 등은 이제야 결여된 부분들을 메워나가는 루저들의 뒤늦은 성장기와 성장통을 절절히 그려나간다.
재난과도 같은 인품의 지휘자를 마주하며 겪게 되는 모든 수모를 감내하고 자신의 이름, 자신의 꿈을 되찾는 5회분의 공연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단순히 배우들이 악기 연주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가에 공연 시퀀스의 재미를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청력을 상실한 콘서트마스터 두루미(이지아), 연주를 앞두고 남편에게 끌려가 다시금 가족의 족쇄를 채울 위기에 놓인 정희연(송옥숙), 안정된 직장과 일견 터무니없을지도 모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강건우(장근석)와 연주 도중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며 끊임없이 서사를 직조하는 과정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페라를 이루며 동시에 일련의 자기완성과 성장, 그리고 좌절에 대한 역투와도 맞닿는다.
그러나 한순간 자신의 이름과 꿈을 되찾았다고 해서 빛바랜 꿈과 좌절로 점철된 비루한 삶이 역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토벤 바이러스>는 냉혹하리만큼 현실적인 선상에서 판타지의 달콤함을 배제하려 노력한다. 찰나에 펼쳐지는 캐릭터들의 환상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대자연 로케를 마다하지 않으며 드넓은 초원과 청초한 계곡으로 심상을 이끄는 것 또한 그들의 음악이 가지는 의미와 경지를 뚜렷이 각인시키며 세대를 관통하는 성장기를 유려히 구현하는 힘이 된다.
공연은 성공리에 끝나고 순식간에 시향(시립 교향악단)은 창단된다. 그러나 다시금 무모한 꿈과 남루한 현실과의 사투만을 남겨두는 <베토벤 바이러스>는 드라마의 쿨한 분위기를 박차는 절절함으로 그들의 행로를 지켜봐야할 묵직한 이유들을 또 다시 여럿 남겨놓는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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