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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PIFF] <시선 1318> - ver.1318 다섯 개의 시선

REVIEW ON 2008/10/09 00:35 Posted by 파란다이스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바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네 번째 인권프로젝트 <시선 1318>이 부산에서 다시 한 번 영화팬들을 찾았다. <시선 1318>은 이전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 시대 가장 재기발랄한 젊은 감독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크고 작은 인권문제에 대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네 번째 인권프로젝트, 다섯 명의 감독들이 들여다본 지점은 어느새 인고의 시절로 여기는 게 당연시되어버린 우리네 1318들의 이야기. 단편이라는 짧은 형식 안에서 온전히 자신의 색을 덧입히며 그동안 지각하지 못했던 폭력과 차별의 시선을 건져 올리는 다섯 편의 작품들에는 하나같이 따뜻한 손길과 매서운 눈매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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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는 공부중>

<시선 1318>의 문을 여는 방은진 감독(<오로라 공주>)의 <진주는 공부중>은 뮤지컬 형식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기법까지 너르게 활용하면서 5편의 영화 중 가장 화려한 외양미를 뽐낸다. 하지만 성적제일주의라는 선상에서 학생들을 재단하는 시스템을 다루며 꼴등은 모멸감에 익숙해져야 하고 1등마저 정신적 공황에 시달리는 상황과 그럼에도 작은 일탈을 꿈꾼다는 내용 등은 결국 1318 중고생 하면 떠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에 불과해 오히려 의외의 급소를 공략하는 다른 작품을 맛보기 위한 화려한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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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앤.미>

역도부 여학생, 그리고 호주로 내키지 않는 유학을 가야하는 남학생을 교차시키는 전계수 감독(<삼거리 극장>)의 <유.앤.미>는 책임지지 못할 진로를 억지로 강요당하는 청소년기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다. “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그곳에는 기성세대들의 한낱 ‘자랑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물화가 징그럽게 자리 잡고 있을 뿐. 영화는 진로라는 이름의 ‘남의 길’을 억지로 내딛어야 하는 1318들의 외롭고 쓸쓸한 감정들을 점점이 배치하며 스스로의 장래에 대한 결정권을 애초부터 뺏기고만 이 원초적 인권 이야기를 슬프게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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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가장 구체적인 사안을 영화화한 이현승 감독(<그대안의 블루> <시월애>)의 <릴레이>는 흥겨운 바탕 위에 펼쳐지는 여고생들의 비밀스런 육아일기로 문을 연다. 10대 미혼모를 보호하기 위해 반 친구 전체가 아기엄마의 정체를 숨기고 학교에서 아기를 돌보는 상황을 흥미롭게 전개하는 영화는 미스터리 한줌에 현장 다큐멘터리 형식과 문성근의 자기 캐릭터 패러디와 같은 갖가지 위트를 버무리며 사안에 접근해 간다. 결과적으로 10대 미혼모나 아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채 무턱대고 미혼모의 도덕적 해이만을 문제 삼으며 퇴학을 강요하는 무자비한 사회적 폭력의 이야기가 부각된다. 영화는 아기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학교를 포기해야만 하는 어린 엄마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너무나 당연스레 인식해온 일상적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물끄러미 수면 위로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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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

<시선 1318>의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윤성호 감독(<은하해방전선>)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와 김태용 감독(<가족의 탄생>)의 <달리는 차은>이다. 그중 윤성호 감독의 <청소년 드라마의 이해와 실제>는 청소년드라마의 클리셰를 내세우며 불편한 현실 속에 나름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면면을 유머러스하게 펼친다. 대통령 선거 전날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재림한 성냥팔이 소녀’ 같은 빨간 코트의 비트박스 소녀가 유유히 오가는 장면 전환 가운데 펼쳐지는 두서없는 입담 속에는 불확실한 미래와 이미 결정된 현실에 대처해야 하는 어린 영혼들의 대화들이 위트 있게 서려있다. 청소년 드라마의 화합이 목표하는 뻔한 장르적 정의를 비틀고, 또 들판에서 죽은 어느 소녀에 대한 전혀 규정되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진실을 합의해가는 과정에는 어느새 미래, 현실, 계급, 어른, 성장과 같은 단어들이 뒤섞이며 보다 큰 함의를 부풀려 간다. “우주가 너에게 준 숙제는 어떻게 했니?”라는 질문에 “아니요, 내가 바로 우주인 걸요”라는 김경주 시인의 대답으로 구성된 자막은 이들이 갇혀 지내게 될 그렇고 그런 현실의 틈 사이에서도 나름의 해답을 찾고 나름의 삶을 구성해야 될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영화의 본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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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은>

김태용 감독의 <달리는 차은>은 필리핀 출신 새엄마와 육상부 기대주인 차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느 날 차은의 육상부는 갑작스레 해산하고 육상부 친구들은 모두 코치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지만 차은의 아버지만은 딸의 서울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달리는 것을 가장 잘하고 달리는 것이 마냥 좋은 차은이 자신의 꿈이 좌절됐을 때의 그 헛헛한 감정을 조용히 풀어내는 그 쓸쓸한 장면, 그리고 마침내는 엄마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감행하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소녀의 여린 감성을 끌어안은 채 이 아리땁고 가냘픈 반항들을 말끔히 정화해낸다. 비단 학생들의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여러 문제들을 함께 엮어내며 구체적인 배경들을 구축하고 있는 영화는 소녀의 꿈과 일상 속에 서린 갖가지 비가시적인 폭력들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전치해가며 어느새 긍정의 노선으로 소녀를 조용히 이끌고 있다. 

2003년 <여섯 개의 시선>을 시작으로 해마다 선보이는 인권위원회의 옴니버스 프로젝트에는 감독들 나름의 색깔이 물씬 스민 가운데 한국사회의 가장 첨예한, 혹은 가장 뒷전에 있는 차별과 폭력의 문제를 담겨 있었다. 그중 유일하게 학생들의 시선을 다루고 있는 <시선 1318> 역시 전주에서 부산을 거쳐 마침내는 -이전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영화제가 아닌 일반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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