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08 PIFF] 한국영화 재건? 글쎄

ESSAY ON 2008/10/09 11:10 Posted by 비회원

10월 4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컨퍼런스 '전환기, 한국영화산업의 현황과 전망'


영화계에서 열리는 각종 토론회와 포럼은 무엇보다도 뜨거운 취재 현장이다. 하나 안 하나 별반 차이 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보다는, 훨씬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오고 간다. 공격과 방어, 반격이 무시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인물 사이의 역학관계나 감추고 있는 감정선까지 읽다보면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지난 10월 4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번째 컨퍼런스 '전환기, 한국영화산업의 현황과 전망'은 아마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언론이 가장 좋아했을 먹잇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각종 기사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위원장의 "한국영화 대공황" 발언을 두고 뜨거운 비판과 비난이 오고 갔다.(참조기사 프레시안무비 "강한섭 영진위 위원장 "한국영화 지금 대공황,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의 잘못된 정책 탓") 그 중 압권은 부산일보 기사. "당초 '정치색 없는 인물' '준비된 위원장' 등으로 평가받으며 지난 5월 영진위 4기 사령탑이 된 그가 영화제 기간 중 '왕따'를 받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는 호들갑을 떨며 옐로우 저널의 최정점에서야 등장하는 낚시 기사까지 등장시켰다.

정치와 갈등, 권력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흥미진진할 수밖에. 그런데 의문 하나. 갈등 부풀리기야 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의 하나로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거기 있었던게 맞나 싶을 정도로 편파적이며, 그 편파적인 것이 천편일률적이기까지 한 언론의 태도는 대체 뭘까. 모든 한국 영화 언론들이 단합이라도 한 듯 충무로 파워맨들의 눈과 입이 되어 똑같은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니 놀라운 따름. 이토록 아름다운 동어반복의 향연. 두고 보기 아까우니 어깃장을 놓아야겠다.

자, 그럼 남들이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할 줄 아는 쓸데없는 오기 정신을 발휘해 당시의 컨퍼런스를 재구성해보자. 시작은 강한섭 위원장의 발제로부터 출발했다. '한국영화, 이렇게 재발명하자'는 이번 발제문은 본인 스스로 "지난 2월, 영화주간지 무비위크 특집에서 다룬 바 있다"고 얘기했지만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글이다. (무비위크 "21세기 한국영화의 재발명-대공황, 시스템의 예고된 붕괴") 다만 2,3기 영진위의 영화정책 실패와 그로 인한 한국영화산업의 붕괴, 그리고 DVD 부가판권 시장부활과 스크린 독과점 제지의 필요성 등 강한섭 위원장이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눈여겨 볼만한 것은 또다른 정보 독과점의 중심에 선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추가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발제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향후 영진위 정책이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철학에 대해서다. 강한섭 위원장은 특정 매체에 대한 쏠림이 없이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연결하는 시간 전략, 문화의 민족주의적 열기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표방해 한반도-아시아-세계를 동일한 무대로 삼자는 공간 전략, 그리고 소품종 다량생산의 폭력적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의 인간적 유통방식으로 나아가자는 인간 전략을 기본적인 정책 철학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오프 충무로의 생태계 구축, 부가시장유통관리시스템 마련, 한국영화 아카데미를 아시아필름아카데미로 전환, 저작권보호활동 지원, 다양성영화제작유통상영 연계, 영화인복지 증진, 수출지원형 국내외 종합홍보시스템 구축 등을 도표를 통해 간략하게 제시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한국영화의 수익률을 흑자전환하고 영상문화의 향유권을 확립해 한국영화의 재발명에 이른다는 것이 강한섭 위원장의 전략이다.

문제는, 그러니까 토론자로 나선 전 영상자료원 소장 이효인 교수가 "'재발명'이란 단어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구호일 뿐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던가, 차승재 제작가협회 회장이 "지금 한국영화 대공황이라고 하는데, 제작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았으니 대공황이 아니라 경색 국면일 뿐이다. 또한 대체 영진위 2, 3기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러나?"라는, 논점을 벗어난 질문을 쏟아놓는 데서 시작됐다. 토론의 방향은 "강한섭 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의 기본 철학에 헛점이 있다"라던가, 아니면 최소한 "현재 한국영화계에 독과점,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를 끊어낼 수 있는 방안이 있나"라는 실질적인 질문이 오고가야 했지만 현장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효인 교수는 '영화진흥위원회 액션 플랜' 도표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읽어 논리의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고, 차승재 대표는 한국영화 위기의 범인으로 지목당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표현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위기도 아니고 정책 실패도 한적 없다"는 식으로 현상을 전면 부인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이에 강한섭 위원장은 "제발 발제문의 내용을 잘 읽고 발제자가 하는 말의 요지를 파악해 컨퍼런스의 취지에 걸맞는 질문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지만 차승재 회장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영진위 2, 3기의 치명적 정책 실패를 조목조목 밝히는 과정에서 "영화계는 하류 진보와 하류 보수 사이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격렬한 정치적 단어를 남발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토론이 제 갈 길을 다시 찾아갔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객관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사회자 마저도 "발제문이 구체적인 대안을 담지 않고 있어 논의할 거리가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치 않았음은 물론이고, 논점을 명확히 제시하지도 못했다. 악수는 또 다른 악수를 부르는 법.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비아냥 섞인 농담이 오고가면서 케이블 TV도 울고 갈 막장 토론이 한참 전개됐다.

드디어 관객 질문. 객석에서 "강한섭 위원장의 4기 영진위에서는 특별한 리더 그룹이 보이지 않아 불안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토론 중 가장 의미있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강한섭 위원장은 "리더 그룹은 권력이 지정해서 만드는게 아니라 산업이 재건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현재 영화계의 신구 대립을 화합으로 이끌 액션 플랜도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강한섭 위원장은 오는 영화의 날 행사 준비에 대해 언급했다. 신구 화합을 추구하는 '선물'이라는 주제의 특별 행사를 장진 감독이 준비 중이며 구세대의 대표주자 최은희 여사와 신세대 대표주자 문근영이 앙드레 김 의상을 함께 입고 출연할 계획이라는 것. (발빠른 연예부 기자들의 취재 결과 문근영 소속사인 나무액터스에서는 금시초문이라 했다는 또 하나의 해프닝.) 그러나 강한섭 위원장은 매우 단호한 태도로 신구 영화인 화합의 전제조건을 밝혔다. 그는 "영화정책 실패의 당사자들이 철저히 상황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여러가지 의미심장한 주제들이 던져졌지만, 결과적으로 이 토론은 애초 한국영화의 재건이건 재발명이건 관심없다는 듯 구는 영화계 리더들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데 그치고 말았다. 어려울 땐 제 입으로 위기를 운운하며 한국영화 사랑을 관객에게 강요하다가도 위기의 책임자로 지목당하자 위기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충무로 기득권 세력. 새 판을 짜겠다고 나섰지만 제 3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기 보다는 "잃어버린 10년"과 비슷한 뉘앙스의 어휘 사용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영진위 위원장. 기관장의 말실수라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논평하면서도 짚어내야 할 지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영화 언론. 덕분에 산업 관련 컨퍼런스를 통해 영화계 왕따 문제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웃지못할 시츄에이션. 어쩌면 아직 우리는 화합과 재건을 이야기 하는데까진 나아갈 수 없는 처지일지 모른다. 그냥 주제파악. 그것부터 먼저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영화 재건? 글쎄다. 송순진 기자(FILMON)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 Prev 1  ... 537 538 539 540 541 542 543 544 545  ... 677  Next ▶
BLOG main image
영화웹진 FILMON
Further on, Film on: The alternative Film webzine. 문의 drew98@naver.com

카테고리

FILMON (677)
REVIEW ON (294)
FEATURE ON (117)
PEOPLE ON (73)
CULTURE ON (63)
ESSAY ON (56)
TALK ON (30)
FOCUS ON (38)
NOTICE ON (6)

영화웹진 FILMON

정미래'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Copyright by 정미래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Copyrightⓒ FILM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