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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에와 나상실의 정치학

ESSAY ON 2008/10/20 13:24 Posted by 파란다이스

사사키 노리코의 만화에 등장하는 ‘이기적 유전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말해 정말로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게 사실이다. 혹자는 그 완벽한 이기주의자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 받는 주위사람들이 마치 자기일 인양 안타까워했고, 또 그로 인해 벌어지는 날마다의 소동을 향해 비난에 비난을 거듭할 때도 난 그냥 즐겁기만 했을 뿐이다. 물론 주위를 염려하는 위선과는 천생부터 거리가 멀고 또 그런 자신이 주위에 어떤 해악을 끼치는지 따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중심, 철저한 자기본위로 행동하는 그네들의 모습이란 분명 코미디의 속성을 한껏 부풀리기 위한 의도된 과장인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실제 내 주위에도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에 등장하는 아프리카광(狂)교수나 <헤븐?>의 레스토랑 여사장 캐릭터 하나쯤은 있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다. 왜? 그것이야말로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날로 달로 갈고 닦아야 하는 우리 사회, 아니 사회라는 속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멋들어진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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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커플>의 나상실, 아니 조안나(한예슬)

영원한 ‘A-’로 남을 걸 알면서도 끝끝내 독설과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에스트로 강, 일명 강마에(김명민)가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또 작년 최고의 캐릭터로 우뚝 선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한예슬)의 ‘미학’ 역시 다르지 않다. 처세술이라는 얄팍한 단어에 담긴 의미를 누구나 ‘세상에 나를 맞추는 방법’으로 해석할 때 과감히 세상을 자기 자신에게 끼워 맞추는 이 오만방자한 방식에는 필견 나름의 철학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기분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약무인한 태도, 독선과 아집의 결정판임을 과시하며 욕이란 욕은 싸잡아서 얻어먹으면서도 당당하기만 한 그들의 얼굴에는 도도한 기운이 물 흐르듯 흐른다. 그러니 악단이 해체되고 잘릴 위기에 놓여있대도 태연히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방식이 맞다는 것을 오기로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는 어느 지휘자의 모습이 감동적인 것은 실로 당연하다. 사고로 기억을 잃어 하루아침에 잘나가는 ‘싸모님’에서 일개 촌부로 전락해 몸빼바지로 멋을 내야할지언정 뻣뻣이 치켜세운 고개만은 숙이지 않으며 고압적인 말투와 행동거지로 치장한 본성만큼은 여전히도 당당히 내세우기에 우리의 나상실 역시 결코 추레하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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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아니 강건우(김명민)

그들에게 처세술이란 처음부터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추호도 의심을 가지지 않으며 어떤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고와 최선만을 고집하는 그 ‘유도리’ 없는 자세란 언제부턴가 지양해야 될 덕목이 되어버린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허해도 되지 않나 싶은 자그마한 바람에 그들은 좋은 선례를 남겨주고 있다. 옆집에서 어떠어떠한 영화 만들어서 성공했다는 얘기 들리기 무섭게 우후죽순 솟아오르는 냄비근성 뿌리 없는 태도를 비난해야 될 충분한 이유도 여기서 생기고, 그래서 그들의 독선을 단순히 독선이라 치부할 수 없는 이유나 가치도 바로 여기서 생기니까 말이다.

내세울만한 캐릭터라고 하면 고작해야 아직도 강철중 하나로 버티고 있는 영화판에 비해 드라마의 과장된 캐릭터는 오히려 더욱 강렬하고 적확하다. 덕분에 조금 더 다양한 영화, 다양한 캐릭터를 보고 싶은 마음 역시 더욱 커졌다. 나상실에 열광하고 또 다시 강마에에게서 진정한 멘토의 모습을 모색하는 한국사회의 면면이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이기적으로, 지 맘대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하는 건 아닐 게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자신만큼은 반드시 변한다는 사실이다. 절대로 잊지 말아야할지어다. 창작자라면 더더욱.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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