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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

2007 | 감독, 각본 앤드류 도미닉 | 제작 브래드 피트, 리들리 스콧, 줄스 달리 | 촬영 로저 디킨스 | 미술 트로이 시즈모어 | 의상 프트리샤 노리스 | 음향 리차드 킹 | 음악 닉 케이브, 워렌 엘리스 |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시 애플렉, 샘 셰퍼드 | 160분 | 2008 JIFF 불면의 밤: 활극의 밤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한 악당 제시 제임스(브래드 피트)는 청년 로버트 포드(케이시 애플렉)의 우상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그의 업적이 담긴 책을 읽으며 그와 같은 악당을 꿈꾸는 로버트 포드는 우연한 기회에 제시 제임스가 이끄는 갱의 일원이 될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마주한 제시는 다혈질적이고 책에서와 같이 마냥 전설적인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 로버트 포드는 점점 그에게 실망한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인해 언제 제시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줄곧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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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의 아버지 존 포드가 스스로 일궈낸 미국의 신화를 전복하며 서부의 자욱한 먼지를 걷어냈던 것처럼 서부영화는 거듭 진화하는 대표적인 장르다. 영원히 부활할 수 없는, 이제는 사장된 장르라고 생각될 때마다 등장해 장르의 외연을 확장해나가는 서부영화의 살아남는 법은 곧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묻어버리며 서부의 신화를 뒤엎었던 <용서받지 못한 자>(1992)의 명맥을 이어가 이를 부단히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이하 <제시 제임스 암살>) 역시 서부신화와 영웅에 대해 반동의 태도를 취한 서부영화다. 근작 <3:10 투 유마>가 서부영화라는 장르의 개념 안에서 우수한 블록버스터로서의 새로운 외양을 보여줬다면, <제시 제임스 암살>은 오랫동안 구축된 신화의 틀거지를 벗겨내고 직접적으로 영웅의 의미를 파헤쳐간다. 물론 그 방법은 어느 ‘반(反)서부영화’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집요하다. <제시 제임스 암살>은 처음부터 영웅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허황되게 부풀려진 영웅의 속내를 들추며 영웅을 파괴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시 제임스 암살>에는 번개처럼 총을 뽑아들어 순식간에 상대를 해치우는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총알을 난사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멋진 총격전도 등장하지 않는다. 잔잔하게 죽음의 공포를 발산하는 제시 제임스의 서슬 퍼런 장악력이 영화의 힘을 주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총성은 예상치 못한 순간 터지고 죽음 역시 느닷없이 찾아온다. 관객들이 <제시 제임스 암살>에서 총소리가 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영화가 총성을 유난히 크게 담았다는 이유에 그치지 않는다. 제시가 장난인지 진짠지 알 수 없는 행동과 대사들로 동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그들이 숨기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오히려 상대를 압박하는 이치도 이와 같다. 영화는 상대의 뒤통수에서 총을 뽑아든 주제에 영웅을 행세하는 로버트 포드를 향해 그는 결단코 영웅이 아니었노라는 태도를 분명히 취한다(로버트 포드가 제시 제임스를 죽인 경위를 직접 연극으로 풀어나가는 무대를 향해 그를 겁쟁이라 일컫는 어떤 관객의 말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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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저 강도에 지나지 않는 제시 제임스가 수많은 일화를 양산하고 노래로 회자되면서 영웅의 대열에 올라선 것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갑자기 터지는 총성처럼, 또 갑자기 머리 뒤에서 갑작스레 겨누는 총구처럼 영웅 그 자체의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영웅이 아닌 평범한 악당에 묶어놓는다. 소심하기 그지없는 그네들이 제시 제임스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하면서 배신하고 또 이내 주눅 들듯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압도적인 파괴력을 잔잔히 풀어나가는 영화는 제시 제임스의 영웅적인 면모보다는 그의 폭력성과 무자비함을 무척이나 건조하게 지켜본다.

제시 제임스 역으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다. 그러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치기어린 욕망이 아니었다면 결코 완전할 수 없었던 것이기도 하다. 배우 벤 에플랙의 친동생인 케이시 애플렉은 동경과 배신으로 향하는 ‘꼬마 로버트 포드’의 얼핏 이해하기 힘든 열정을 충분히 소화해내며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 제시의 죽음 이후의 후일담에 대해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늘어놓으며 로버트 포드의 행동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없더라도 영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척이나 분명한 것은 순전히 이 때문이다. 묵묵히 노려보기만 해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제시와 영화의 그 냉랭한 분위기만큼 영화 <제시 제임스 암살>은 서부영화의 뒤통수를 정통으로 명중시킬만하다. 강상준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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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다이스 2008/05/0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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