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iMBC에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반드시 TVian.com 사이트를 이용해 주십시오. 원문보기 클릭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반복해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유명한 말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올해 유난히 눈에 띈다. 단편영화 연출로 시작해 충무로 스태프를 거쳐 장편영화로 데뷔하는 일련의 과정이 ‘영화감독’의 정석이라면, 시나 평론을 쓰던 문인이 어느 날 갑자기 영화감독으로 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2009년엔 특히 문인 출신 감독의 영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어서 보기
유하 감독에게 문학과 영화는 뗄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시를 옮긴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1993)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이만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1)로 재기에 성공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유하 감독은 사실적인 남녀관계 묘사와 밀도 있는 연출로 관습에 얽매인 결혼제도를 비판하고 보다 현실적인 결혼관을 제시하며 원작에 뒤지지 않는 영화를 선보였다. 이후 70년대 청춘들의 잔인한 현실을 그린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유신시절 폭압적이었던 학교제도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실감 나는 액션 연출, 이소룡이라는 아이콘을 통해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세심한 심리 묘사로 언론과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말죽거리 잔혹사>에 이어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탐구한 영화 <비열한 거리>(2006)에서는 ‘조폭’을 통해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이 영화로 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한 유하 감독은 작가주의와 대중성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쌍화점>에서 유하 감독은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동성애와 이성애를 넘나들며 사랑과 욕망, 집착의 파노라마를 담아내 ‘흥행 감독’의 명성을 잇고 있다.
유하 감독이 사회적인 관습과 제도 속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실현되고 파멸되는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 주고 있다면, 또 다른 시인 원태연은 눈물을 한가득 머금은 러브스토리를 들고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등 사랑과 이별을 그린 시와 에세이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는 원태연은 자신의 풍부한 멜로 감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로 ‘영화감독’이란 직함을 얻게 됐다.
화이트데이인 3월 14일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인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벙어리 사랑, 눈먼 사랑, 외톨이 사랑 등 서로 다른 사랑을 하는 세 남녀의 아픈 사연을 그린 정통 멜로영화로, 권상우와 이범수, 이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권상우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희생하는 라디오 PD 케이로, 이범수는 사랑하는 사람을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솔직한 치과의사 주환으로 분했으며,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작사가 크림 역의 이보영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뭐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자유주의자이지만 언제나 자신과 거리를 두는 케이 때문에 외톨이 사랑을 하는 여자를 연기한다. 
그런가 하면, 몇 해 전부터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만 떠돌던 정성일 영화평론가도 드디어 메가폰을 잡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논객 정성일은 문학적이고 탐미적인 문체로 독자를 매혹시키고, 영화학도와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 평론가로서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점에서 정성일은 ‘한국의 프랑수아 트뤼포’라 불리고 있다. 그의 데뷔작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가제)으로, 지독하게 슬픈 사랑에 중독된 영수(신하균)와 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인 미연(문정희), 그를 죽도록 사랑하는 또 다른 미연(김혜나), 그리고 영수가 사랑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다시 만나게 되는 여인 선화(정유미)와 은하(요조), 다섯 남녀의 깊은 슬픔과 사랑을 다룬다.
정성일 감독은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신하균과의 작업을 원했으며, 신하균 또한 흔쾌히 수락해 2년 동안 시나리오가 완성되길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한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 첫 촬영부터 주인공 남녀가 길을 걸으며 대화하는 장면을 3분 30초의 롱테이크로 찍었다고 하니, 정성일 감독표 ‘예술영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2월 크랭크업 후 개봉할 예정이다. 정미래 기자(FILMON)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 쿨하게 울리기
<쌍화점> 유감
'FEATURE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FILMON, 내 생애 최초의 영화 (2) | 2009/01/23 |
|---|---|
| 그들이 찍는, 그들이 사는 세상 - 영화 찍는 영화들 (0) | 2009/01/13 |
| 펜을 놓고 메가폰을 들다, 문인들의 영화 도전기 (0) | 2009/01/09 |
| FILMON, 그들 각자의 영화관 (5) | 2008/12/26 |
| [서울독립영화제08] 김태용 이현승 윤성호 감독 등이 바라 본 우리, 인권 (0) | 2008/12/19 |
| [서울독립영화제08] ‘온’라인 독닙신문 9호 - CU@INDIESPACE (0) | 2008/12/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