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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아카데미 점치기

FEATURE ON 2009/01/29 14:06 Posted by 비회원
앞으로 한 달여 간, 극장가는 무척 다채로운 영화들로 채워질 것이다. 비록 미국이란 일개 국가의 영화 시상식일 뿐이지만, 그 파장력만큼은 여느 국제영화제 못지 않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가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영화들도 아카데미의 이름을 달면 조금 더 당당해진다. 이른바 아카데미 특수다. 영화에게는 개봉의 기회를, 관객에게는 떠들썩한 홍보, 마케팅으로 치장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외에도 볼만한 미국 영화가 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시즌이다. 필름온에서는 <무비위크>에서 다년간 아카데미 시상식 관찰해온 김수연 기자를 통해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 후보들의 면면과 유력 수상작을 점쳐봤다. 어떤 영화가 아카데미의 간택을 받을지는 2월 22일 판가름난다. FILMON 편집자
   

돌아오는 2월 22일, LA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지난 1월 22일,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후보 리스트가 발표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후보 리스트를 토대로 가장 수상 유력한 후보들을 꼽아봤다.

BEST PICTURE 작품상
 

NOMINATION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프로스트vs닉슨
▲밀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슬럼독 밀리어네어


1순위 후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박빙의 가능성: <슬럼독 밀리어네어>

다크호스: <밀크>



"아카데미가 진화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22일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작 발표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가족'과 '사랑' '인간승리' 등의 가치를 중시하며 동시에 상업적 감성을 놓치지 않는 영화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품어왔던 아카데미가 변했다는 이야기다. "아카데미가 점점 더 시상식의 중심을 영화 예술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외국 작품에 대해서도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뉴욕 타임스>의 기사 분석 요지다. 이를 테면,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와 같은 작품이 후보작 리스트에 빠진 아쉬운(?) 실례를 두고 나온 말일 게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영예의 작품들은 살해당한 미국 동성애자 인권운동가의 삶을 다룬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밀크>, 인도인 배우들로만 인도에서 올 로케이션을 감행한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향의 아카데미협회의 회원들이 그들의 새로운 선택에 마지막까지 힘을 실어주게 될 지의 여부는 지켜 볼 일이다.


지금까지 각종 평론가 협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2008 최고의 작품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인도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질문과 대답(Q and A)>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인도 최대의 퀴즈쇼에서 최종 우승을 앞둔 빈민가 소년의 드라마틱한 삶을 담아낸 작품. "<트레인스포팅>이후 대니 보일이 내놓는 필모그래피 중 최고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얻은 이 작품은 방송비평가협회, 골든 글로브, 전미영화평론위원회, 보스톤비평가협회 등, 현지 평론가협회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간 역대 수상작 리스트로 보여준 아카데미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솔직히 말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작품상 수상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나이 든 '꼰대'들로 가득한 아카데미협회가 시상식의 대미인, 작품상 부분에 자국민이 나오지 않는 영화에 트로피를 안겨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와 같은 예외적인 수상작이 있긴 하지만, 그 영화 속에 담겨진 서구 제국주의의 오만한 시선을 생각하면, 그 작품은 예외가 될 만하다.) 한편, 연예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평론가들과는 취향이 완전히 다른 영화를 선택했다. 그들이 손꼽은 작품상 1순위 후보는 데이빗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포레스트 검프> <뷰티풀 마인드> <브레이브 하트>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 '가족'과 '사랑'이 중심 키워드가 되어온 그간의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일리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사이의 치열한 접전에서 다크호스가 될 지도 모를 작품은 <밀크>다. 커밍아웃한 게이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공무원에 당선된, 동성애자 권리 운동가 하비 밀크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이어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은 영화다. 게다가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기도 하니 후보작으로는 금상첨화다. 그러나 구스 반 산트의 이 신작은 후보작 리스트 중 정치적으로 가장 급진적 성향이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수상에는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른다. 누가 봐도 그 해 최고의 영화로 손꼽혔던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2006년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시켜 보라.

BEST DIRECTOR 감독상

NOMINATION

▲대니 보일 <슬럼독 밀리어네어>
▲데이빗 핀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론 하워드 <프로스트vs닉슨>
▲구스 반 산트 <밀크>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1순위 후보: <슬럼독 밀리어네어> 대니 보일

박빙의 가능성: <밀크> 구스 반 산트

다크호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데이빗 핀처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작품상 수상이 어렵다면, 대니 보일의 감독상 수상만큼은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그해 평단 전체가 인정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품상 수상은 인정하지 못했어도, 그 아쉬움을 대신해서 이안 감독에게 감독상의 트로피를 건넨 것처럼 말이다. 배우들의 동성애 연기의 호연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아카데미(<카포트>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필라델피아>의 톰 행크스 등이 동성애자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가 왜 동성애를 그린 작품에는 비우호적인 성향을 보여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작품상 트로피를 무더기로 안겨준 현지의 각종 평론가협회는 감독상의 트로피도 이 영화에 한꺼번에 안겨줬다. 이미 시카고평론가협회, 방송비평가협회, 골든 글로브, LA비평가협회 등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에게 감독상을 수여했다.


대니 보일이 감독상을 받지 못한다면, 박빙의 또 다른 후보는 <밀크>의 구스 반 산트다. 평론가들로부터 "매우 심각한 상황 하에서도 창의적인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은 <밀크>는 <뉴욕 타임즈>로부터는 "2008년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들 중 최고의 실사 영화"라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열렬한 호응 아래 구스 반 산트 감독은 <굿 윌 헌팅>에 이어 <밀크>로 두 번째 오스카 감독상을 노리게 됐다. 한편, 현지에서 엇갈린 평가가 오고가기는 하나 가장 아카데미스러운 작품을 연출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데이빗 핀처 역시 무시하지 못할 만한 후보라는 평가다.


<뷰티풀 마인드>에 이어 <프로스트vs닉슨>으로 다시 한 번 아카데미에 도전하는 론 하워드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후보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듯싶다. 이 신작으로 다시 한 번 실존인물(전직 대통령 닉슨과 한물간 방송인 프로스트)의 치열한 인생역정을 그렸으나 여타의 쟁쟁한 후보작들에 비해서는 현지의 업계 반응이 다소 미지근했다.


BEST ACTOR 남우주연상

NOMINATION

▲리처드 젠킨스 <더 비지터>
▲프랭크 란젤라 <프로스트vs닉슨>
▲숀 펜 <밀크>
▲브래드 피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미키 루크 <더 레슬러>


1순위 후보: <밀크> 숀 펜

박빙의 가능성: <레슬러> 미키 루크

다크호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브래드 피트

현지 평론가들의 격찬을 얻은 작품상과 감독상 타이틀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이었다면, 남우주연상의 수상자로 열혈한 사랑을 받은 이는 <밀크>의 숀 펜이다. 각종 평론가협회의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휩쓸다시피 한 숀 펜은 <미스틱 리버>에 이어 <밀크>로 다시 한 번 야심차게 오스카 트로피를 넘본다. 1978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밀크의 인생 중 마지막 8년의 시간을 연기한 숀 펜은 소름끼칠 만큼 완벽한 연기로 평론가들의 기립 박수를 얻었다.


숀 펜의 '트로피 수거 퍼레이드'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박빙의 후보는 <신 시티>이후 <레슬러>로 오래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미키 루크다. 이미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의 쾌거를 안은 미키 루크는 <레슬러>에서 "노장의 극적인 인생 역작"이라는 평가를 얻을 만큼 드라마틱하게 스크린에 복귀했다는 평가다. 극중 미키 루크는 한때 최고의 레슬러였으나 은퇴 후, 자신의 평생 라이벌과의 결전을 위해 다시 링에 복귀하는 남자, 랜디를 연기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이슈는 '브란젤리나 커플'의 수상 여부가 아닐까. 만약 둘 중 한 사람이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간다면, 그건 졸리가 아니라 피트가 될 것 같다. <체인질링>에서 기대보다는 다소 맥 빠진 연기를 보여준 안젤리나 졸리와 달리 <12 몽키즈>이후, 13년 만에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지명된 브래드 피트의 수상은 꽤나 현실성 있어 보인다. 화제의 신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는 80세의 나이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육신을 갖게 된 한 남자의 인생과 사랑을 신비롭게 연기했다.


BEST ACTRESS 여우주연상

NOMINATION

▲앤 해서웨이 <레이첼, 결혼하다>
▲안젤리나 졸리 <체인질링>
▲멜리사 레오 <프로즌 리버>
▲메릴 스트립 <다우트>
▲케이트 윈슬릿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1순위 후보: <레이첼, 결혼하다> 앤 헤서웨이

박빙의 가능성: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케이트 윈슬렛

다크호스: <다우트> 메릴 스트립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고 명명되는 여우주연상 수상자는 재작년 수상자인 <더 퀸>의 헬렌 미렌의 수상 직전까지 지난 11년간 가혹할 정도(?)로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들(리즈 위더스푼, 힐러리 스웽크, 니콜 키드먼, 샤를리즈 테론, 할리 베리, 줄리아 로버츠, 등)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된 지 오래였다. 물론 전제는 연기에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간 젊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여배우들이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어 왔다. 심지어 40대 이상의 여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경우는 13년 전인 1996년, 수잔 서랜든이 <데드 맨 워킹>으로 받은 것이 마지막이다.

참 말하기 씁쓸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올해의 수상자 역시 관록 있고 뛰어난 여배우 보다는  젊고 재능 있는 여배우가 트로피를 받을 가능성이 더 많을 것 같다. 게다가 작년이나 재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각종 평론가 협회들도 2008년 최고의 여배우를 젊디 젊은 여배우로 꼽으니 말이다. 그리하여 2009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레이첼, 결혼하다>의 앤 해서웨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현지 평론가 협회를 통해 가장 많은 여우주연상 득표를 얻은 배우는 <해피 고 럭키>의 샐리 홉킨스지만, 그녀는 금년 후보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관계로 제외다. 그렇다면, 샐리 홉킨스의 뒤를 이어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간 후보는? 놀랍게도 아직 신인 축에나 낄 법한 앤 해서웨이다. 시카고평론가협회, 방송비평가협회, 전미평론가위원회 등 수많은 비평가 협회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전격적 후원을 얻은 앤 해서웨이는 올해 가장 드라마틱한 수상 가능성이 기대되는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약물중독에 걸린 여동생의 재활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간 주목할 만한 몇몇 작품에서 호연을 펼쳐온 해서웨이는 이 작품을 통해 비로소 연기력적인 측면에서도 배우로서 비로서 존재감을 얻어냈다는 평가다.


앤 해서웨이에 맞서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후보는 케이트 윈슬렛이다. 20살에 <센스 앤 센서빌러티>로 아카데미 후보로 이름을 올린 윈슬렛은 지금까지 5번이나 오스카 후보로 거명된 봐 있다. 이쯤 되면 이제는 수상을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마치 그런 안타까움을 반영하듯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레불루셔너리 로드>), 여우조연상(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을 2연패한 윈슬렛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연기가 훨씬 돋보였던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아닌,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점이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6번째 후보 지명과 함께 수상에 성공한다면 참말로 기쁜 일이지만, 같은 해에 후보작 보다 더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준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에 거명되지 못한 점은 아카데미 수상 여부에 다소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가 아닐까.


그러나 케이트 윈슬렛의 6번째 후보 거명은 이 여배우의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히스토리와 비교하면 우스울 따름이다. <다우트>로 15번째 오스카에 노미네이션된 메릴 스트립이 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소피의 선택>(1982)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로 여우조연상을 각각 한 번씩 수상한 스트립은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의 한 사람으로 손꼽혀왔다. 그런데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실은 그 이후 그녀가 수없이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로 거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1982년 이후, 그러니까 33살 이후로 메릴 스트립은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1964년 뉴욕 브롱크스의 성 니콜라스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삼은, <다우트>에서 메릴 스트립은 새로운 가톨릭 종교를 만들려는 신부(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에 맞서 학교의 전통을 지키려는 교장 수녀로 열연했다. 

특별기고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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