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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에서 꼭 확인해봐야 할 영화 두 편. 바로 <디지털 삼인삼색>과 지난 해부터 시작된 <숏! 숏! 숏!>이다. <디지털 삼인삼색>이 세계 거장들의 최근 관심사와 나름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면, <숏! 숏! 숏!>은 좀 더 '전주영화제'스러운 프로그램이다. 젊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한국 단편의 선택'에 초청된 유망주 가운데 세 명의 감독이 만든 단편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은 것이 <숏! 숏! 숏!>이다. 재능있는 젊은 피의 저력을 확인하고, 또 그들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영화의 거리를 가득 메운 히피 패션의 젊은 관객 감수성과 가장 잘 맞아떨어진다고도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 해 <숏! 숏! 숏! 2008>은 대단했다. 최근 독립영화의 주요 코드인 '루저'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공개된 독립영화는 주로 탈이념 시대의 최신 트렌드가 된 이데올로기 '88만원 세대'를 내부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은둔형 외톨이, 도무지 극복할 수 없는 현실의 장벽에 좌절하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하면서 간신히 살아내는 불우한 청춘들이 비춰지곤 했다.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반문하는 것은 유의미했지만, 그저 모두가 한마디씩 자학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에 머문 작품도 빈번했다. 그런데 만 1년 만에, 새로운 아이들이 등장했다. 우울의 늪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신을 긍정하고 친구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보낼 줄 아는, 흐뭇한 녀석들이다. 대책없는 긍정과 화해로 나가기 보다는 최대한 진심을 다해 겸손하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이 느껴진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린다.

더불어 올해 <숏! 숏! 숏!>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담백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들이다. 안정적인 연기는 기본이요, 옆집 아줌마 아저씨, 동네 꼬마,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칠 것 같은 여고생 같은 친숙함이 살아있어 주제에 몰입하는데 힘을 실어준다.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엄청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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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다>
2008 | 감독, 각본 신민재 | 촬영 강동헌 | 조명 이동현 | 미술 박재현 | 편집 이윤정 | 음악 최성호 | 출연 박연아, 이승준, 천정하 | 시간 17분  

직장에서 잘린 후, 이사 나갈 준비를 하던 소방관 출신 인배는 길거리에서 화분에 머리를 맞는다. 옥상에서 화분을 떨어뜨린 이는 초등학생 연아. "엄마!"를 소리쳐 부르던 연아는 인배의 집에 다짜고짜 찾아가 자기 엄마의 핸드폰을 돌려달라고 떼를 쓴다. 이사 문제와 머리 부상으로 정신이 없는 인배는 도무지 연아가 무슨 얘길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곧, 엄마 핸드폰을 찾겠다며 인배의 방을 뒤지던 연아의 눈에서 울음이 터져 나온다. 얼마 전 한 초등학교 소방훈련 도중 추락사한 학부모 중 한 명이 연아의 엄마였던 것이다. 당시 연아의 엄마를 구조했던 인배는, 자신의 소방관 제복 안에서 핸드폰을 발견한다.  
2005년 5월, 실제 일어난 소방훈련 도중 학부모 추락 사고를 모티프로 한 <엄마가 없다>는 그 사고로 엄마를 잃은 어느 소녀가 주인공이다. 옥상 위에서 사람 머리 위에 화분을 던지고 작은 칼을 들고 다니며 마음 속의 분노를 어쩔 줄 몰라하던 연아는 엄마의 핸드폰(그 속에 담긴 마지막 엄마와의 사진)을 되찾으며 작은 위로를 얻게 된다. 주인공 연아(사진)는 공포영화 <분홍신>에서 김혜수의 딸 태수 역을 맡은 박연아 양인데, 일곱 살부터 연기를 시작해 올해 연기 5년 차에 달한 베테랑급 연기력을 보여준다. 신민재 감독은 "모두 각자가 가장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배도 연아도 자기가 가장 힘들 것이다. 그래도 연아에게 너도 잘 살 수 있어,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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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닦는다>
2008 | 감독, 각본 이진우 | 프로듀서 한승룡 | 제작부 고봉곤, 임학수 | 촬영 강국현 | 조명 김기준 | 연출부 김종성 ,강지은 | 촬영, 조명부 백윤석, 문병용 | 미술 박여정, 한수인 | 사운드 이원철 | 음악 조영일 | 출연 김지현, 이윤선, 김현진 | 시간 17분

고교생 커플 우기와 선이. 어느날 선이는 독감에 걸려 누워있는 우기를 병문안 하기 위해 학교 담장을 넘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담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선이를 발견한 사람은 김 선생님. 그런데 학창 시절 한번도 땡땡이를 쳐본 적 없었던 김 선생은 선이를 따라 우기네 집에 함께 가기로 결심. 두 여자의 짧은 여행이 시작된다.
발랄한 상상력과 생기발랄한 원색의 기운이 돋보이는 <이를 닦는다>는 풋풋한 청량감으로 가득하다. "이를 닦으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처럼" 꽉 막힌 학교 담장을 넘어선 두 사람의 여행은 시종일관 재기발랄, 그 자체다. 흐뭇한 미소로 우기의 입에 긴 라면발을 넣어주는 선이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부터 무덤덤한 유머가 작렬하는데, 에피소드나 상황 설정이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코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진우 감독은 특히 우기네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앞 사람이 고개를 내밀면 뒷사람이 줄지어 고개를 내미는, 일상적이지만 유머러스한 장면을 "버스 정류장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는데, 생활에 대한 관찰로 이끌어낸 유머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추운 겨울,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김서린 안경 때문에 장님이나 다를 바 없게 된 김선생을 선이가 도와주는 장면이나, 아파트 감시 카메라에 잡히지 않으려고 두 사람이 필사의 몸짓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멀뚱하지만 유머러스한 10대들과 소통할 줄 아는 괴짜 선생님의 조화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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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승아>
2008 | 감독, 각본 김나영 | 조연출 정겨운 | 연출부 안진우, 박민영 | 촬영 백윤석 | 촬영부 정재근 | 조명 이병희 | 시간 42분

이름없는 소설가 봉구는 인터넷 문학 동호회에서 만난 승아와 채팅을 통해 교감을 느낀다. 병에 걸린 늙은 어머니와 간질을 앓는 누이, 가난한 시골에서 패배자의 일상을 사는 봉구는 승아와의 교류가 유일한 도피처. 예술 영화를 즐기며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승아 역시 봉구를 통해 삶의 재미를 느낀다. 어느날, 외삼촌의 호된 비난을 들은 봉구는 무작정 승아를 만나러 서울에 간다. 첫 만남부터 애뜻한 사랑을 나눈 두 사람. 그런데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봉구의 과도한 행동에 승아는 씁쓸함을 느낀다.
마치 '봉구+승아'의 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의 김나영 감독의 <봉승아>는 봉구의 시점으로 쓰인 승아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각각의 생활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느끼다 인터넷에서 만난 서로에 대해 강한 매력과 동질감을 느끼며 이른바 '불륜'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제 밥벌이도 못하는 '찌질이' 봉구의 일상과 고요하고 전형적인 가정주부 승아의 일상을 교차하다가 두 사람의 짧은 데이트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는 "승아의 얼굴이 병든 노모의 얼굴과 겹쳤다"는, 봉구의 짧은 고백을 털어놓는다. 김나영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찌질한 남자지만, 그래도 그 힘든 곳에서 도망치지 않고 살아내고 있는 봉구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영화"라고 밝혔지만, 승아와 노모의 동일시에 이른 마지막 장면은, <봉승아>가 봉구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유지하고, 또 그 환상에서 벗어난 승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구야, 난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어떤 여성 공통의 모성애를 보여주려는 영화에 가까운 것임을 증명한다. 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두 남녀의 짧은 연애라는 다소 뻔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봉승아>가 인상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 역시 바로 이 때문이다. 송순진 기자(www.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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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회원 2008/05/07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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