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말은 들어봤나? 사다리를 타고 맨 처음 꼭대기에 오른 새끼는 항상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놈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빼앗는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자본주의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함’을 의미하는 ‘작전’이 아니다. 유가증권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은어, ‘작전’이다. 국내 최초로 ‘주식 작전’을 소재로 한 <작전>은 거대한 자금을 이용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며 정당한 투자자를 이용해 배를 불리는 인간의 이기적 속성과 이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의 허점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라는 합법의 탈을 쓰고 공공연히 행해지는 ‘범죄’를 다루는 이 범죄 스릴러는 남루한 시작점에서 시작해 결코 올라설 수 없는 비루한 종착점을 내다보며 결국엔 달콤한 한탕주의로 향하는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주소 위에 색다른 판을 짜고 신선한 ‘설계’를 감행한다.
비록 ‘주식판 <타짜>’를 표방하는 양 화투장이 아닌 주식을 통해 한탕을 갈구하는 비뚤어진 현실을 이야기할지라도 영화는 언제나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이들의 작전 공방전을 빠르고 감각적으로 풀어놓는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생소하기만 한 그들만의 리그조차 알기 쉬운 비유와 적절한 단순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게임의 규칙 역시 그 자체로 흡입력을 발휘한다. 특히 재치 있는 대사들은 주도권이 어지러이 오가고 독식을 위해 결국엔 ‘독고다이’할 수밖에 없는 장르적 수순 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어 끊이지 않는 영화의 상황반전보다도 훨씬 섬세한 재미를 준다.
영화는 룸살롱에서 ‘통정거래’를 설명하면서 계속해서 더욱 큰 잔에 술을 가득 채워 상대에게 권하는 장면처럼 단순히 쉬운 용어 설명에 그치는 일차적 재미에 국한되지 않고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이들 작전의 무서운 파급력에 대한 경고를 잃지 않는다. 자본주의라는 제도를 역이용한 명명백백한 병폐와 이를 겨냥한 정확한 수위, 그리고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상황전개와 표현법은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이다.
있는 척, 아는 척하지만 알고 보면 여유도 센스도 없는 과격한 양아치에 불과한 주연 황종구 역의 박희순은 가장 강하면서 약지만 결코 승리할 수 없는 얄팍한 악당을 매력적으로 구현해내며 영화의 구심점을 이룬다. 이에 비해 주인공 강현수(박용하)의 캐릭터는 “나는 억울하면 밤에 잠도 안 오는 성격”이라며 직접 자신의 입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토로한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밋밋함과 무개성적인 면모만을 강조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을 뒤쫓는 장르적 쾌감에도 쉽게 안착할 수 없도록 이끌고 있다.
그러나 각기 다른 개성을 발휘하는 조연진의 활약은 감초 역할 그 이상이다. 영화는 오히려 이들이 영화를 주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화의 구석구석에 빠짐없이 배치하고 있고, 이들 스스로도 역시 마치 자신이야말로 재미의 핵임을 강조하는 듯하다. 때문에 마우스 클릭만으로 주식 매도/매입을 진행하는 정적인 방식 가운데도 영화는 매순간 필요한 만큼의 역동성을 충분히 발휘한다.
“안 되는 놈은 안 돼”라는 대사가 두 번 발화되며 자본주의의 근원을 향한 의문에서 시작해 정의의 승리를 의미하기까지. 영화는 주식과 자본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질적 병폐와 제도 원천의 약점들을 소소한 재미들로 빼곡하게 엮어내며 의미 있는 야심을 대신한다. 과도한 폭력 장면도, 수위 높은 섹스신도 없지만 단지 이해가 어렵고 모방심리를 조장할 수 있다는 자의적 해석에 의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던 <작전>은 제작사 측의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2월 12일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하게 됐다. 영화는 그만큼 무엇이 그들의 판정결과를 자극했는지에 대한 답을 비교적 명백하게 내세우는 편이다. 장르적 재미에 주력하기 위해 꽤나 단순화한 구석들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범죄스릴러 장르영화지만 이 속에서도 발가벗고 도마 위에 올라간 자본주의는 비록 소량이지만 씁쓸하고도 곱씹을 만한 뒷맛으로 자본주의와 그를 위시한 위정자를 겨냥하고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완성한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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