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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의 여주인공 중에서도 레이첼이 유독 사랑 받은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매력 때문이었다. 정신 줄 놓은 몽상가 피비와 승부욕에 불탄 결벽주의자 모니카에겐 느끼지 못했던 레이첼의 철없음과 실수에서 우린 동질감을 느꼈다. 제니퍼 애니스톤은 그런 배우다. 만인이 한 눈에 반할 여신도, 남자를 위험에 빠트릴 악녀도, 세상을 구할 여전사도 아닌 동네 카페나 공원에서 쉽게 마주칠 것 같은 친근한 여성. 건강한 머릿결과 은근한 미소를 지닌 이웃집 여자. 그렇게 10년 동안 <프렌즈> 속에서 살며 높은 인기를 누린 제니퍼 애니스톤은 2004년 시리즈가 막을 내린 후에도 레이첼과 동의어로 불렸다. 하지만 <프렌즈>와 레이첼이라는 후광은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TV스타 애니스톤에게 그리 달갑기만 한 영예는 아니었을 것이다. <프렌즈> 종영에 맞물려 출연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2003), <폴리와 함께>(2004)에서 애니스톤은 짐 캐리와 벤 스틸러라는 빅스타의 원맨쇼에 들러리로 참여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지전능한 파워를 갖게 된 남자의 애인이거나, 지지리 재수 없는 남자의 동창생. 두 코미디 거성의 그늘에 가려 굳이 제니퍼 애니스톤이 아니어도 됐을 역할을 맡으면서 그녀는 시트콤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후 급하게 이미지 변신을 해보고자 스릴러 영화 <디레일드>(2005)에 도전했지만, 영화의 지루함과 함께 애니스톤도 묻히고 말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배우’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은 자리를 잡지 못한 듯 보였다. 여전히 ‘<프렌즈>의 레이첼’란 수식어를 단 채 표류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애니스톤은 보란 듯이, 쉬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2005년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Rumor Has It)부터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필모그래피를 집중하면서 애니스톤은 점차 자신의 매력을 스크린에 새기기 시작했다. 강렬한 남자배우들의 무게에 눌린듯했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은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맞춤옷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고 자신이 진정 결혼을 원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주인공 사라로 분해 결혼을 앞둔 여성의 고민과 방황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손짓했다.
무리한 변화보다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사랑과 결혼 앞에선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으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이란 배우가 지닌 장점을 드러낸 영화들이 이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렌즈>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영화 <돈 많은 친구들>(2006)에서 애니스톤은 네 친구 중 유일한 싱글인데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인공 올리비아가 되어 사랑과 우정, 돈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코믹한 우화를 들려준다. 돈이 궁해 가정부 일을 시작한 올리비아가 일본 만화에나 등장할 듯한 메이드 옷을 입은 장면에서 <스타워즈> 레아 공주의 비키니를 입었던 레이첼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가 하면 2년 된 커플의 갈등과 이별을 실감나게 그린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2006)는 현실적인 로맨티스트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난 영화다. 처음 만났을 때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는 간데없고, 점점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남자친구를 서운해 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브룩은 <프렌즈>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애니스톤의 이미지와 맞물려 보는 이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미운 짓을 일삼지만 정 때문에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친구를 원망하는 브룩은 사랑 앞에서 쿨하지 못하고 찌질 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크린 속 애니스톤의 로맨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월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서 그녀는 결혼과 결혼 이후에 대한 공감 100배의 이야기를 들고 온다. 12일 개봉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애니스톤은 7년째 연애 중인 애인과의 결혼 문제로 심하게 고민하는 여자 베스가 된다. 대부분의 여자가 그러하듯이 연애의 완성을 결혼이라 믿고 있는 베스에게 애인은 ‘결혼은 귀찮은 제도’일 뿐이라며 조금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결혼할 생각 없으면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며 속상해 하고, 자기보다 먼저 면사포를 쓴 동생의 결혼식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해하는 영화 속 베스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여성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2월 19일 개봉한 <말리와 나>는 또 어떤가. 완벽주의자 커리어우먼 제니는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일과 결혼 생활에서 모두 성공하길 꿈꾼다. 하지만 결혼이란 게 어디 그런가. 조련사마저 포기한 말썽쟁이 강아지 말리로 인해 신혼집은 엉망이 되기 일쑤고, 계획에 없던 아이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잘 나가던 신문기자 제니는 결국 집안에 들어앉는다. 아무리 견고한 사랑과 튼튼한 이성으로 똘똘 뭉친 부부에게도 틈은 생기고 언성이 높아지며 후회를 하고 또 적당히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다. 새끼 강아지 말리가 늙어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결혼 생활의 희로애락 속에서 제니퍼 애니스톤이 표현한 제니는 현실과 맞닿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브래드 피트와의 꿈같은 결혼과 충격적인 이혼 이후 빈스 본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과의 끊임없는 열애설. 제니퍼 애니스톤의 현실 속 사랑과 결혼도 시트콤과 영화 속의 그것처럼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그녀의 로맨스가 하늘 저 편의 ‘스타’의 것이 아닌 이웃이나 친구의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동안 쌓아놓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1969생,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제니퍼 애니스톤에겐 여전히 철부지 레이첼이 보이고, 즐거운 연애와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로맨티스트가 보인다. 혹자는 매번 비슷한 영화에 비슷한 연기만 한다고 비판할 지도 모른다.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대표작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애니스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새로운 로맨스 영화에서 공감 백배 이웃집 여자로 분한 제니퍼 애니스톤을 보는 일 또한 아직은 즐거울 것 같다. 정미래 기자(FILMON)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배우’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은 자리를 잡지 못한 듯 보였다. 여전히 ‘<프렌즈>의 레이첼’란 수식어를 단 채 표류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애니스톤은 보란 듯이, 쉬지 않고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2005년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Rumor Has It)부터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필모그래피를 집중하면서 애니스톤은 점차 자신의 매력을 스크린에 새기기 시작했다. 강렬한 남자배우들의 무게에 눌린듯했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그녀가 모르는 그녀에 관한 소문>은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맞춤옷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고 자신이 진정 결혼을 원하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주인공 사라로 분해 결혼을 앞둔 여성의 고민과 방황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관객에게 손짓했다.
무리한 변화보다는 친근하고 자연스럽게. 사랑과 결혼 앞에선 현실적인 여성의 모습으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이란 배우가 지닌 장점을 드러낸 영화들이 이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렌즈>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영화 <돈 많은 친구들>(2006)에서 애니스톤은 네 친구 중 유일한 싱글인데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인공 올리비아가 되어 사랑과 우정, 돈에 대한 냉소적이면서도 코믹한 우화를 들려준다. 돈이 궁해 가정부 일을 시작한 올리비아가 일본 만화에나 등장할 듯한 메이드 옷을 입은 장면에서 <스타워즈> 레아 공주의 비키니를 입었던 레이첼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런가 하면 2년 된 커플의 갈등과 이별을 실감나게 그린 <브레이크 업: 이별후애>(2006)는 현실적인 로맨티스트로서 제니퍼 애니스톤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난 영화다. 처음 만났을 때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는 간데없고, 점점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남자친구를 서운해 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브룩은 <프렌즈>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애니스톤의 이미지와 맞물려 보는 이의 감정이입을 돕는다. 미운 짓을 일삼지만 정 때문에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친구를 원망하는 브룩은 사랑 앞에서 쿨하지 못하고 찌질 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크린 속 애니스톤의 로맨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월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서 그녀는 결혼과 결혼 이후에 대한 공감 100배의 이야기를 들고 온다. 12일 개봉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 애니스톤은 7년째 연애 중인 애인과의 결혼 문제로 심하게 고민하는 여자 베스가 된다. 대부분의 여자가 그러하듯이 연애의 완성을 결혼이라 믿고 있는 베스에게 애인은 ‘결혼은 귀찮은 제도’일 뿐이라며 조금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결혼할 생각 없으면 나한테 잘해주지 말라”며 속상해 하고, 자기보다 먼저 면사포를 쓴 동생의 결혼식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해하는 영화 속 베스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여성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2월 19일 개봉한 <말리와 나>는 또 어떤가. 완벽주의자 커리어우먼 제니는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고 일과 결혼 생활에서 모두 성공하길 꿈꾼다. 하지만 결혼이란 게 어디 그런가. 조련사마저 포기한 말썽쟁이 강아지 말리로 인해 신혼집은 엉망이 되기 일쑤고, 계획에 없던 아이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잘 나가던 신문기자 제니는 결국 집안에 들어앉는다. 아무리 견고한 사랑과 튼튼한 이성으로 똘똘 뭉친 부부에게도 틈은 생기고 언성이 높아지며 후회를 하고 또 적당히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다. 새끼 강아지 말리가 늙어서 세상을 떠나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결혼 생활의 희로애락 속에서 제니퍼 애니스톤이 표현한 제니는 현실과 맞닿은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브래드 피트와의 꿈같은 결혼과 충격적인 이혼 이후 빈스 본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과의 끊임없는 열애설. 제니퍼 애니스톤의 현실 속 사랑과 결혼도 시트콤과 영화 속의 그것처럼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그녀의 로맨스가 하늘 저 편의 ‘스타’의 것이 아닌 이웃이나 친구의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동안 쌓아놓은 친근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1969생,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제니퍼 애니스톤에겐 여전히 철부지 레이첼이 보이고, 즐거운 연애와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로맨티스트가 보인다. 혹자는 매번 비슷한 영화에 비슷한 연기만 한다고 비판할 지도 모른다.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의 대표작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애니스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며, 새로운 로맨스 영화에서 공감 백배 이웃집 여자로 분한 제니퍼 애니스톤을 보는 일 또한 아직은 즐거울 것 같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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