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최루성 멜로영화다. 한 때 극장가에 최루성 멜로가 붐인 적이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이하 <슬픔보다>)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웰메이드 장르영화가 미덕처럼 되어버린 이 때 진부한 신파극이라니. <슬픔보다>는 ‘눈물 나오는 멜로’라는 정체성을 제목에서부터 대놓고 드러낸다. 슬픔보다 더 슬프단다. 웬만큼 슬퍼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제목이다. 그렇다면 <슬픔보다>는 과연 얼마만큼 눈물을 흘리게 할까.
영화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슬픈 사랑’엔 불치병이 제격이다. <슬픔보다>도 역시 불치병이라는 소재를 끌어안는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불치병으로 친엄마에게까지 버림 받고 외롭게 사는 케이(권상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당찬 고아 소녀 크림(이보영)을 사랑하게 된다. 자신의 병도, 사랑하는 감정도 모두 숨긴 채 수호천사 같이 크림을 지켜주던 케이는 완벽한 신랑감 주환(이범수)과 크림을 맺어주고 세상을 떠나려 한다.
대강의 개요만 보면 케이의 헌신적인 사랑에 감동이 밀려온다. 하지만 익숙한 슬픔이다. 여기서 끝났다면 <슬픔보다>는 그저 그런 신파극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두 번의 반전을 통해 ‘진짜 슬픔’이 무엇인지, ‘진짜로 헌신적인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슬픔보다>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멜로가 된다. 겉으론 멀쩡한 불치병 환자 케이, 청순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크림,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예쁘장한 영상은 일반적인 ‘슬픔’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모든 것이 마지막에 가서는 청량한 슬픔이 된다. 그야말로 쿨하게 울린다. 시인 원태연의 감독 데뷔작 <슬픔보다>는 비록 만듦새가 뛰어난 영화는 아니지만, 그가 그동안 글을 통해 전달했던 뭉클하고 알싸한 감성만큼은 충분히 담고 있다. 진부한 신파극도 이렇게 진보한다. 정미래 기자(FIL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