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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국에서만 통하는 뉘앙스의 말들이 있다. ‘아비 없는 자식’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낳은 이 오명은 아버지가 없다는 게 자식에게 얼마나 안쓰러운 일인지를 강요한다. 아버지의 부재는 스스로 결핍을 느끼는 것보다 외부의 시선에 의해 가엽고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빠 없이 자란 것을 괜히 평생의 콤플렉스로 안고 살아 온 명은(신민아)이 그렇다.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 하지만 명은은 아빠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괜히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덕분에 애꿎은 싸움질을 해야 했다. 당연히 성격은 까칠해졌고, 혼자 먹고 살 수 있게 되자 가족과 연을 끊어 버렸다. 엄마 같은 언니 명주(공효진) 역시 아비 없이 자랐으며 일찍이 아빠 없는 딸을 낳아 키우는 씩씩한 미혼모다. 위풍당당하게 살아가는 명주 또한 ‘아비 없이 자라서 아비 없는 딸을 낳았다’는 딱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연히도 명은은 명주와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명은과 명주는 아빠가 다르고 따라서 성도 다르며, 외모도 성격도 닮은 구석이 하나 없다.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던 자매가 오랜만에 재회한 건 유일하게 나눠가진 엄마의 장례식이다. 명은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는 아빠를 찾아 가기로 한다. 왜 자길 버려서 아비 없는 자식으로 살아가게 했는지 따지려고 한다. 아빠의 얼굴을 알고 있는 언니 명주와의 불편한 여행을 감행하면서까지. 배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가족이라는 끈으로, 여성이라는 유대로 소통을 시도하는 자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엔 엄청난 비밀과 소중한 발견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이 세상 아비 없는 자식들에게 상쾌하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부지영 감독은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부정하며 가부장적인 사회에 이단 옆차기를 날린다. 엄마, 이모, 딸, 손녀. 여자로만 이뤄진 가족을 따스하게 보듬으며 ‘아빠 따위 없으면 어때, 지금 이대로가 좋아’라고 야무지게 외친다. 아비에 대한 답답한 그리움과 억울함과 오해가 풀린 순간, 홍길동도 아니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 명은의 미소를 통해 영화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리며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스릴러도 아니면서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에 버금가는 반전을 지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똘똘하고 깜찍하게 가족을 품은 수작이다. 제발 스포일러 조심하시고, 꼭 한 번 감상해보길 권한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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