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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THIRST)

감독 박찬욱 | 주연 송강호, 김옥빈 | 제작 모호필름 | 개봉 2009.4.30

5월 초 한국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작품은 단연 <박쥐>다. <7급 공무원>이 쉼 없이 관객몰이를 하는 가운데 <박쥐>는 개봉 초반 무서운 기세로 관객을 끌어 모았다. 또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배우들의 노출 수위가 화제가 되면서 <박쥐>는 점점 뜨거워졌다. 여기에 13일 개막하는 칸 경쟁부문 초청 소식까지 들려오자 <박쥐>는 하늘 높이 날았다. 그런데 개봉 2주차 되면서 관객이 급속도로 줄었다. ‘난해하다’는 평가와 함께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히 엇갈렸기 때문이다. 뭐, 200만 관객이 나쁜 성적도 아니고, 칸 마켓에서 잘 팔린다고 하니 관객수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그냥 다양한 ‘연관 검색어’를 통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삼켜 보자.

<박쥐> 연관검색어: 렛 미 인, 다세포 소녀, 밀양, 황혼에서 새벽까지, 헬싱, 데드 얼라이브, 색, 계, 핸콕,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렛 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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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소년 오스칼과 뱀파이어 소녀 이얼리의 사랑 이야기. 뱀파이어로 살기는 어렵다. 이얼리의 지난 사랑은 그녀를 위해 각종 도구를 들고 피를 구하러 다닌다. 쉽지 않다. 사람들이 헌혈도 잘 안하는데 한 동이의 피를 누가 쉽게 주겠는가. 뱀파이어를 사랑하기도 어렵다. 이얼리를 바라보면 행복하지만, 그녀는 밤에만 만날 수 있으며, 사람의 피를 먹는다. 이때 오스칼은 이얼리를 선택한다. 사랑이란 세상과 하는 게 아니라 단 하나의 존재와, 그것이 사람이든 뱀파이어든, 하는 것이니까. 물론 사랑을 선택했다고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문득 찾아오는 낯설음과 쓸쓸함. <박쥐>를 보면서 <렛 미 인>을 떠올린 건 같은 뱀파이어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존재에 대한 쓸쓸함이 스크린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다세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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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의 데뷔작은 <여고괴담 4: 목소리>지만, 그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무렵 출연한 영화는 <다세포 소녀>이다. 인기 인터넷 만화 원작,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재용 감독 연출, 충분히 기대할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관객 평단 모두 작품을 외면했다. 그런 와중에도 김옥빈은 눈에 띄었다. 전체적인 연기에 대해 만족스러운 점수를 줄 수는 없었지만, 김옥빈이 '떨기 춤' 장면은 ‘환상’이었다. 아쉬운 건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를 연기한 김옥빈이 졸지에 ‘된장녀’가 되는 바람에 <다세포 소녀>와 김옥빈이 나란히 침몰했다는 것. 김옥빈은 분명 매력적인 배우다. 흔히 촬영감독들이 말하는, 카메라만 들이대도 그림이 나오는 배우.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 보인 춤사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는 배우의 길에 더욱 매진해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길 바란다.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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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독한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아동 납치, 살해라는 무시무시한 소재를 가지고, ‘구원의 자격’을 논한다.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신애(전도연). 그녀는 어렵사리 교회에 나가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이제 살인범을 용서하러 갈 차례. 그런데 그는 신애보다 더 평안한 얼굴로, ‘난 구원받았소’라고 한다. 아니,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누구를 용서한다는 말인가. 신애는 급속도로 흔들린다. 전도연이 피폐해져가는 모습은 너무도 사실적이고, 너무도 잔인하다. <박쥐>도 비슷하다. 상현(송강호)는 죽어가는 이들에게 용서와 구원을 베푼다. 하지만 그는 회의한다. 정말 구원이 있는 것인지. 만약 그랬다면 그가 무기력증에 빠지지 않았을 터.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신인가 인간인가, 아니면 뱀파이어인가. 안효원 기자(FILMON)


<황혼에서 새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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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로드리게즈가 메가폰을 잡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직접 출연까지 한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두 괴짜 콤비의 B급 감성이 절묘히 합치된 작품이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두 범죄자의 멕시코 도피기인 잔혹하고도 장난스런 범죄극으로 흐르다 멕시코 변두리 어느 술집에 이르러서는 뱀파이어와의 일대 승부를 묘사하기 시작한다. 완력과 기지로 뱀파이어 군단에 맞서 새벽까지 생사를 걸고 싸우는 일행이 갖가지 밀수품에 의존해 싸우는 장면은 가히 압권. 신을 버린 신부가 성수를 제조해 물총과 콘돔에 담아 뱀파이어에 맞서는 난장 가운데 아군이 적군이 되는 뱀파이어 장르의 클리셰도 유효적절히 작동한다. 장르영화의 멜팅팟 타란티노가 박찬욱을 세계적인 감독으로 내다본 만큼 장르를 횡행하는 둘의 감성이 합치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지도. 장르를 자유로이 뒤섞는 탓에 매번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한 촌극 속에 관객을 내던져 두는 타란티노와 박찬욱의 시크한 태도는 곧 그들의 영화에 담긴 신묘한 색채와 다름 아니다.


<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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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헬싱>을 굳이 가름하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흡혈귀의 법칙을 그대로 수용한 녀석들이 등장하기에 그 자체로 익숙하고도 진부한 뱀파이어 장르물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브람 스토커가 창조한 불멸의 존재와 그 대항마로 존재했던 반 헬싱이 흡혈귀 퇴치를 담당하는 영국의 비밀특무기관 ‘헬싱’으로 변형하여 자리 잡고, 그들의 최종병기 역시 인간이 아닌 최강의 흡혈귀라는 것만으로도 <헬싱>은 기존의 뱀파이어 공식을 답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 참신함에 기틀을 마련한다. 또 유구한 역사를 거슬러오며 흡혈귀와의 전쟁을 계속해온 바티칸을 헬싱기관의 라이벌로 상정하면서 조직 간의 암투를 종교의 허울 아래 재구성하고 있는 <헬싱>은 뱀파이어라는 환상 세계를 현대의 고딕 판타지로 그 의미를 치환시키며 세련된 장르물로 거듭나고 있다.

상당히 다채로운 능력의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헬싱>이지만 극 초반부 죽음을 목전에 두고 헬싱의 최대 무기이자 유일한 정통 흡혈귀인 아카드(Alucard, Dracula의 철자를 거꾸로 한 이름)에게 피를 빨린 여경 세라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아카드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 세라스는 처음엔 뱀파이어가 된 몸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곧 가냘픈 몸으로 무거운 물건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도 원거리 표적을 적중시키는 등 헬싱의 어엿한 주요 전력으로 거듭난다. 세라스는 권이 더해질수록 <헬싱>의 세계에서는 신적 존재나 다름없는 아카드의 위치까지 다가가며 점차 위협적인 존재로 변모한다.   

히라노 코우타의 <헬싱>은 TV애니메이션과 OVA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중 원작을 성실히 수용한 OVA쪽이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데드 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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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3부작과 <킹콩>의 피터 잭슨이 아니다. 고향인 뉴질랜드 땅에서 푼돈 모아 만들었다는 <데드 얼라이브> 때의 피터 잭슨은 더욱 재기발랄하다. 좀비라는 ‘인간 대체물’을 이용해 인체를 갈기갈기 해부하며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로 활용하는 <데드 얼라이브>에서는 그 어떤 것도 성역이 될 수 없다. 좀비를 향해 이소룡식 발차기로 엑소시즘을 현현하시는 신부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좀비가 된 성직자는 갈가리 찢겨져 나동그라지고 식탁 위에서 섹스를 하는 괴물일 따름. 물론 좀비가 된 엄마를 어쩌지 못하고 끝내 ‘사육’하고야 마는 마마보이 주인공 라이널의 분투기도 마찬가지다. 거대 좀비가 되어 자궁 안으로 다시 들어오라고 종용하는 엄마 좀비의 클라이맥스가 말하고 있듯 어머니는, 아니 집 안으로 품 안으로 아들을 가두는 좀비는 그저 파괴되어야 할 존재일 뿐이다. 강상준 기자(FILMON)




<색, 계>

박찬욱의 영화는 지극히 국제적이다. <박쥐> 역시 마찬가지다. 한복집만 그 나라의 전통의상실로 바꾸면 영화의 배경을 일본으로 하든, 미국으로 하든 딱히 다르지 않다. 한복집 2층에 자리한 가정집에서 화투도 아닌 마작을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매주 수요일 강우(신하균)네 집에서는 마작 판이 벌어진다. 강우네 식구들과 영두(오달수) 부부, 상현(송강호)은 각자의 패를 숨긴 채, 상대를 속이고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마작이든 화투든 모든 노름은 결국 자기의 패를 숨기고 상대의 패를 읽어야 하는 고도의 심리 게임이다. 그것은 종종 그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삶의 게임으로 확대되기 마련. 태주(김옥빈)를 바라보는 시아버지 승대(송영창)의 탐욕적 시선 뒤에는 이를 눈치 챈 시어머니 라 여사(김해숙)와 남편 강우(신하균)의 비뚤어진 시선이 엇갈린다. 이들의 마지막 마작 판에서 라 여사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일생일대의 진실을 건 수수께끼를 던진다. 그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승대와 영두, 그리고 그것을 막으려는 상현과 태주의 팽팽한 심리전은 마침내 새빨간 피의 축제로 물든다.          
 
본디 마작은 중국의 실내 오락이 아닌가. 이안 감독의 중국영화 <색, 계>의 여인들도 수시로 마작을 즐긴다. 1938~1942년 무렵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이 부인(조안 첸)의 마작 판은 당대 권력자를 남편으로 둔 여성들의 사교 무대다. 그들이 가진 패는 손톱만한 나무 조각만이 아니다. 탁자 아래서는, 당대 최고 권력자인 정보부 대장 ‘이(양조위)’의 부인인 이 부인을 중심으로 그의 호감을 얻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매번 자리를 피하던 ‘이’가 마작 판에 앉으면서 ‘이’와 이 부인, 왕치아즈(탕웨이) 세 사람만의 숨 막히는 마작 판이 따로 차려지기 시작한다. 이 부인은 모르는 이와 왕치아즈의 뜨거운 비밀, 친일파인 ‘이’를 암살하기 위해 신분을 위장하고 일부러 ‘이’에게 접근한 왕치아즈의 위험한 비밀, 그리고 본래의 목적과 ‘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왕치아즈의 눈물겨운 비밀. 그 세 가지 비밀을 놓고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인생의 마작 판. 마침내 그 모든 비밀의 패는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상대의 마작 패를 뒤집었을 때처럼 속 시원하지만은 않다. 인생의 마작 판에서는 누구 하나 승자가 없다. 모두가 새로운 비밀을 하나씩 떠안은 슬픈 패자들일 뿐이다.   


<핸콕>


누가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 사랑싸움이 아름다운 건 다섯 살짜리 꼬마 연인들에게나 어울리는 이야기다. <장미의 전쟁>과 <싸움>을 보라.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고 보는 게 요즘 사랑싸움의 공식이다. 하물며 인간의 사랑싸움이 이럴진대 초능력자들의 사랑싸움은 얼마나 살벌하겠는가. 아무리 피가 고파도 산 사람은 해치지 않으려 했건만, 뒤늦게 뱀파이어의 생명을 얻은 태주는 그런 상현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피를 탐한다(<박쥐>). 화가 난 상현과 이에 아랑곳 않는 태주. 이들의 싸움은 건물 옥상과 옥상을 뛰어넘는 고공 점프와 괴력의 집어던지기, 신기한 상처 회복 능력을 밑거름 삼아 서로를 물고 찢고 조르고 던진다.

성격 까칠하기로 유명한 슈퍼히어로 커플의 싸움은 더 하다(핸콕). 이들의 사랑싸움에 비하면 어둠을 틈타 벌이는 <박쥐>의 뱀파이어 커플, 상현과 태주의 싸움은 귀여운 편에 속한다. 상현과 태주의 고공점프와 괴력은 이들 앞에 명함도 못 내밀 정도. 핸콕(윌 스미스)과 메리(샤를리즈 테론)의 사랑싸움에 온 도시가 아수라장이 된다. 간판이 날아가고 버스가 뒤집히고 사람들은 이게 무슨 천재지변인가 싶어 대피하기 바쁘다. 그러게 연인 사이에 맺힌 게 있으면 그때그때 풀어야지 몇 천 년씩 묻어둘 게 아니다. 부디 다음에 만나면 닥치는 대로 초능력을 쓸 게 아니라 차분히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슈퍼 히어로가 까칠해진 만큼(<핸콕>), 뱀파이어는 인간적으로 변모했다. <박쥐>의 상현은 자신의 목마름을 위해 인간을 해칠 수 없어 식물인간의 피를 빌리고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돕는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결코 뱀파이어의 뜨거운 욕망을 영원히 잠재울 수 없다. 결국 고뇌하는 뱀파이어의 마지막 선택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자살.

뱀파이어 좀비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키려다 뱀파이어 좀비가 되어 버린 보안관 이븐(조쉬 하트넷) 역시 떠오르는 아침 해 앞에서 숭고한 죽음을 맞는다. 상현이 죽기 싫다고 발버둥치는 태주를 억지로 데려다 옆에 앉힌 채 동반 자살을 하는 반면 이븐은 사랑하는 아내의 품에 안겨 한 줌의 재로 날아오른다. 이들의 죽음은 영화 내내 자신들의 목덜미를 감싸 안았던 관객 앞에 깔끔하게 뱀파이어의 종말을 고한다. “당신의 목덜미는 안전합니다”는 유언을 남긴 채.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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