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오감도>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고야말겠다는 듯한 선정적인 포스터로 관심을 끌었는데요. 저도 내심 기대를 하고 봤는데, 막상 영화는 그다지 ‘에로틱’하지 않더군요.
[성란] <오감도>의 기획과 홍보 자체가 선정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죠. 아마 많은 관객들이 그 점에 기대를 걸고 극장을 찾을 것 같은데 기대만큼 ‘에로틱’하지 않다는 점에서 큰 실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래]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라는 카피가 맞긴 맞더군요. 에로스는 없고 그냥 사랑 이야기던데…;;
[성란] ㅋㅋㅋ
[미래] 나름 고품격 에로스를 생각하고 갔습니다만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성란] ‘에로스’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 ‘에로스’ 이상의 그 무엇, 혹은 ‘에로스’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또 모르죠. 하지만 옴니버스로 묶인 5편의 완성도가 너무 제각각이라 어떤 면에서도 그다지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어요.
[미래] ‘옴니버스’라는 말을 붙이기가 어색하더군요.
[성란] 네. 저는 이 영화의 기획 자체는 요즘 같은 시기에 꽤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래] 기획은 충분히 효과적인데 문제는 완성도에 있었죠.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첫 번째 작품부터 하나씩 살펴볼까요. 일단 포문을 연 작품 ‘his concern’은 비교적 괜찮았는데요.
[성란] 변혁 감독의 작품이죠.
[미래] <주홍글씨> 이후 오랜만이네요. 첫 눈에 반하는 남녀의 이야기인데 꽤 재미있었죠.
[성란] 네. 변혁 감독의 전작인 <인터뷰>가 생각나는 장면이 꽤 있었어요.
[미래] 기차에서 만난 여자의 미끈한 다리를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이랄 지, 여자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며 ‘간’을 보는 장면이 은근히 에로틱하던데요.
[성란] 전 솔직히 이 영화가 ‘에로스’라는 주제보다는 일반적인 ‘연애’, ‘사랑’이라는 주제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에로틱’ 하다는 느낌보다 처음 만난 남자와 여자가 통속적인 ‘연애’의 줄다리기를 벌이며 서로에게 접근하고 그 속에서 뭔지 모를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이니까요.
[미래] 그런데 처음 보는 이성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대부분 외모잖아요. 그런 심리를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듯. 대부분 로맨스 영화에서는 저런 심리전을 건너 뛰고 진도가 나가잖아요.
[성란] 그 과정에서 남자의 내레이션을 통해 연애의 속내가 재미있게 표현되는 부분이 좋았어요. <인터뷰>에서도 일반 연인들을 대상으로 ‘연애’와 ‘사랑’에 대해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나오잖아요.
[미래] 영화의 대부분이 장혁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좀 간지럽죠 ㅋ
[성란] 간지러우면서도 귀여웠어요.ㅋ 남자들이 저럴 때 아닌 척 해도 은근히 긴장하는구나, 이런 게 읽혀서.ㅋ 그런 귀엽고 솔직한 속내를 감각적이면서도 깔끔하게 잘 매만진 거 같아요.
[미래] ㅎㅎ 맞아요.
[성란] 그래서 ‘에로스’라는 주제에서는 살짝 빗나간 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다섯 편의 영화 중에서는 괜찮은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미래] 주제에선 벗어났지만 만듦새는 가장 나은 듯.
[성란] 네. 세련됐다고 할까. 장혁과 차현정의 연기도 좋았어요.
[미래] 하지만 두 번째 허진호 감독의 작품 ‘나, 여기 있어요’는 많이 아쉬웠죠. 병들어 떠난 아내(차수연)에 대한 남편(김강우)의 애절한 그리움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긴 한데..
[성란] 허진호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긴 하는데 그게 참 답답하고 허무했다고 할까요. 이번 영화는 너무 신파적이었던 거 같아요.
[미래] 그냥 아내가 “자긴 내가 언제 제일 섹시해?”라고 물어보는 것 정도로 부부의 에로스를 표현하려 하다니요.. 차라리 눈물을 쏙 빼는 거라면 또 몰라요. 근데 그렇지도 않죠.
[성란] 결국 ‘섹스를 할 수 없는 부부’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핵심인 거잖아요. 근데 그 갈등과 슬픔이 적극적으로 표현이 안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남자가 여자를 찾아 헤매고, 둘이 장난치고, 짐을 꾸리고 하는 장면들이 ‘앙꼬 없는 찐빵’처럼 어딘가 중심을 잃고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미래] 그러게요. 숨바꼭질을 통한 미스터리적 요소를 너무 강조한 게 아닐지.. 나중엔 짜증이 나더군요. 남편이 계속 부인 찾아 다니는 게.
[성란] ㅋㅋㅋ 네. 그 안의 슬픔이 표현이 안 되니까 이미지가 작위적으로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저 여자는 왜 저렇게 아픈가, 남자는 여자한테 왜 저렇게 헌신적인가, 이런 점들을 충분히 공감할 수 없었어요.
[미래] 여자가 별로 아파 보이지도 않았고,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려서 섹스도 할 수 없는 걸까 궁금하기만 하더군요.
[성란] 간접적으로라도 좀 더 설명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미래] 그랬다면 감정이입이 좀 더 됐을 텐데 말이죠.
[성란] 결국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부부’로 안 보이고 ‘너~무 연약한 여자’와 ‘너~무 헌신적인 남자’의 뻔한 러브 스토리처럼 보여서 식상한 감이 짙었어요. 그리고 영화가 결말에 대해서도 설명을 안 하잖아요.
[미래] 맞아요. 참으로 불친절한 영화.
[성란] 대충 비극적인 결말이구나 짐작은 가는데 나중에 김강우가 다른 작품에서 또 등장하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건지... 헷갈리기만 하고. 머리 빗겨주고, 안아주고 하는 이미지만 떠다니다 보니 손발은 오그라들고 말이죠. 사실 김강우의 에로스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부분인데!
[미래] 그러게요!! 사실 이걸 가장 기대했는데 말이죠. 가장 큰 실망을 안겨 주네요. ‘은근 섹시한 배우’ 김강우의 미묘한 에로틱함을 보고 싶었건만. 그런 건 전혀 없고..;;
[성란] 결과적으로 김강우의 ‘손발 오그라듦’을 보고 말았으니... 그리고 ‘나, 여기 있어요’뿐만 아니라 다섯 편 모두 빼빼 마르고 잘 생긴 남녀들끼리 대충 옷을 벗으려다 마니까 도무지 현실감이란 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게 <오감도>를 보는 내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인 거 같아요.
[미래] 맞아요. 차현정과 차수연은 ‘육감적’이기보다는 군살 없이 미끈한 팔등신 몸매인데다 별달리 섹시한 연기조차 없어서 그냥 언더웨어 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만 들죠. 그런 가운데 세 번째 영화는 완전 현실과 동떨어진 딴 세계로 가버리는데요. 그나마 첫 번째, 두 번째에서 채워주지 않던 '살 냄새'를 좀 풍겨주긴 했는데.
[성란] 유영식 감독의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다섯 편 중에 ‘his concern’과 이 작품에 합격점을 주고 싶어요.
[미래] 유영식 감독의 ‘33번째 남자’는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했는데요. 삼류 에로틱 호러물을 아주 진지하게 찍는 감독과 여배우 2명에 대한 이야기.
[성란] 잘 생기고 예쁜 남녀의 광고 속 이미지 같은 화면들만 보여주는 다른 작품들에 비할 때 가장 개성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미래] 맞아요. 개성 하나는 최고더군요.
[성란] B영화의 유머를 에로스라는 주제와 혼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점에서 박찬욱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다른 네 작품이 장식성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 비해 이 작품은 오히려 괜히 심각하고, 괜히 진지하고, 괜히 멋진 척 하는 영화 촬영장의 분위기를 스스로 엄청나게 놀려먹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미래] 연기 또한 ‘과장’ 그 자체죠.
[성란] 네. 배우들의 연기도 전부 귀여웠어요. 봉준호의 ‘봉’, 박찬욱의 ‘찬’, 김지운의 ‘운’을 섞어 만든 ‘봉찬운’ 감독으로 분한 김수로의 진지한 연기! 소리 빽빽 지르는 김민선의 실력 없는 신인 배우 연기, 마지막으로 연예계 수십 년 경력의 카리스마 작렬 배종옥의 ‘여배우’ 연기는 최고였어요.
[미래] 배종옥의 오버 연기는 정말 최고인 듯. 품격과 싼티를 골고루 보여주더군요.
[성란] 작정 하고 과장 들어가신 듯! 원래 옴니버스라 함은 동일한 주제로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영화들이 한 데 묶여 있어야 제 맛인데 개성적인 작품이 이렇게 외롭게 포진해 있다니 아쉬웠어요.
[미래] 이 영화 혼자만 좀 많이 튀죠 ㅋ 유영식 감독 2000년 <아나키스트> 이후 9년 만에 낸 영화인데.
[성란] 이런 소재 하셔도 잘 하실 듯. B무비적 감성 충만하신 거 같아요.
[미래] 그런데 이 작품도 ‘B무비를 비웃는 B무비’로서 풍자성과 재미를 갖춘 점에선 인정할만하지만 <오감도>의 한 부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에로스’를 부각하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네요. 너무 코믹하게만 간 건 아닐지. 김수로와 김민선의 관계를 좀 더 다뤘어야 했어요.
[성란] 그나마 다섯 작품 중 가장 적나라한 노출을 보여주긴 하는데 말이죠.
[미래] ㅋㅋ 대역 티가 너무 나는 노출이었죠.
[성란] 넵! 근데 그게 영화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게 묘해요.
[미래] 하지만 그 대역 장면이 다섯 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에로틱한 장면이라는 건 참.. -_-;;
[성란] ㅋㅋㅋ 다음은 민규동 감독의 작품이죠.
[미래] 네.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의. 실컷 웃고 난 뒤에 본 이 영화는 무지하게 우울했죠.
[성란] 이야기가 정리가 안 되는 걸로 따지자면 허진호 감독의 설명 없는 작품보다 이게 더 할 듯.
[미래] 이게 최고죠. 밑도 끝도 없는..;;
[성란] 기본적으로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영화를 지향한 거 같은데 그게 의도대로 잘 되지 않아서 혼란만 가중되고 말았죠. 꼬인 실타래가 끝내 풀리지 않으니까 이게 충격적인 건지, 슬픈 건지, 가슴 아픈 건지, 감동적인 건지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죠.
[미래] 엄정화와 김효진의 관계가 도대체 뭔지, 김효진은 진짜 사람인지 아님 환상일 뿐인 건지, 전혀 감이 안 잡히죠.
[성란] 그런 채 영화가 그냥 끝나버리니까 좀 당황스러웠다고 할까. ‘엄정화와 김효진의 관계’에 대해 무릎팍 도사한테라도 가서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에요.
[미래] ㅋㅋㅋ
[성란] 중간 쯤 엄정화와 김효진이 대학 선후배 사이인 게 밝혀지잖아요. 그럼 김효진이 친한 언니 남편이랑 바람 피운 건가 싶은데 가만 보니 엄정화와 김효진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요. 그러다 결국 마지막에 가서 김효진의 존재 자체에 의문이 일면서 이야기의 실타래는 점점 더 복잡하게 꼬이죠. 그러는 와중에 “모르겠어? 내가 너야”라는 대사가 혼란의 극점을 찍어요.
[미래] 참.. 왜들 그러는 건지.. 저렇게 모호하게 처리하면 다 멋있는 줄 아는 건가요.
[성란] 영화 자체도 스스로 해답을 못 내린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처럼 맴돌기만 해요. 전 이 작품 만큼은 배우들이 참 아까웠어요. 황정민과 엄정화, 연기 얼마나 맛깔나게 잘하는 배우들이에요. 근데 이런 모호한 인물들을 연기하다니.본인들도 연기하면서 인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고생 했을 것 같아요.
[미래] 황정민은 뭐 거의 카메오 수준이라서 ‘연기’라고 할만한 걸 안 했던 것 같고, 친한 후배와 남편에게 동시에 배신당한 여자의 괴로움을 표현한 엄정화는 미궁에 빠진 캐릭터와 분위기 때문에 보는 내내 안타깝기만 했죠. 김효진은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팜므파탈로 변신해서 어색했고요.
[성란] 짙은 눈 화장에 다 늘어진 티셔츠 한 장 걸쳐 입은, 세상의 온갖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운 팜므파탈. 너무 도식적이지 않나요?
[미래] 아무런 매력도 안 느껴지더군요.
[성란] 에로스가 패션으로 그치는 건 아니잖아요.
[미래] 김효진 역시 각목처럼 비쩍 마른 몸으로 메마른 감정만 내비칠 뿐이죠.
[성란] <오감도>에 페드로 알모도바르 식의 ‘살 냄새’를 기대한 건 제 잘못이었나 봐요. ‘저렇게 비쩍 마르지 않으면, 저렇게 잘 빠지지 않으면 에로스를 이야기할 수 없어’라는 식의 무의식이 영화의 바닥에 깔려 있는 거 같아서 좀 안타까웠어요.
[미래] <오감도> 감독들이 생각하는 에로스의 개념이 많이 다른 듯..
[성란] 갑자기 퍼시 애들론 감독의 <바그다드 카페>(1987)의 한 장면이 생각 나네요. 브렌다(CCH 파운더)가 루디(잭 팰런스)의 그림 모델이 되는데 풍만한 몸매의 브렌다가 처음에는 멋쩍은 표정으로 캔버스 앞에 앉아 있다가 순간 다음 장면에서 홀딱 벗은 채 꽃으로 치부만 가리고 누워 있잖아요. 그런 로맨스야말로 살 냄새 제대로 나죠! 저 역시 살 많은 여인네로서 <오감도>를 통해 스크린에서 진짜 살 냄새를 맡으며 울고 웃고 싶었는데 말이죠.
[미래] 하.. 안타깝네요. ^-^.. 몸의 풍만함 여부를 떠나서 <오감도>는 에로스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가 문제인 듯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영화가 <오감도>에 대한 실망감에 정점을 찍네요. 아주 그냥 대미를 장식하던데요.
[성란] 마지막 작품은 ‘살 냄새’는 커녕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미래] 화만 나던데요. -_-;; 오기환 감독 영화죠. ‘순간을 믿어요’라는..
[성란] 옆에서 선배 스팀 열기는 느껴졌다! ㅋㅋ
[미래] 십대들의 에로스를 그리고 싶었던 모양인데..
[성란] 일단 소재가 ‘고교생 세 커플의 스와핑’인 거잖아요.
[미래] 나름 도발적이긴 한데.
[성란] 소재가 민감할 수록 그걸 잘 풀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소재에 대한 고민을 요만큼도 하지 않았어요.
[미래] 소재만 믿고 걍 정신줄을 놓은 듯.. 예쁘고 잘생긴 애들 데려다가 데이트 하고 키스하는 것만 보여주면 다 되는 건가요?
[성란] 스와핑이란 소재를 통해 연애, 사랑, 섹스에 대해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했느냐, 아니에요. 결국 스와핑을 통해 세 연인들이 원래 연인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식의 결말로 향해 가는데, 광고 영상 같은 뽀얀 화면만 나열하는 걸로는 6명이나 되는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도대체 느껴지지 않는다고요.
[미래]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죠.
[성란] 단어 맞추기 퍼즐, 학생을 스토킹하는 선생님, 운동장 달리기, 미국행, 바닷가. 전부 다 뜬금 없어요. 거기다 단어 맞추기도....영어라는 거! hesitate, decide...이런 단어들 화면에 뜰 때는 정말! 내가 지금 영어 단어 공부하는 건가...
[미래] ㅋㅋ 정말 비현실적이네요. 그리고 등장인물들에게서 전혀 고등학생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성란] 정말이지 여섯 배우들의 의상과 패션에 대해 말을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어요. 도무지 고등학생으로 보이지가 않아요.ㅠㅜ 이야기도 비현실적인데 등장인물의 모습까지 비현실적이니까 영화 전체가 달나라로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요.
[미래] 실제 배우들의 나이도 고등학교 역할 맡기엔 좀 많잖아요. 이시영이나 김동욱의 경우는 뭐.. 하나도 와 닿지 않는 것들뿐이네요.
[성란] 나이는 둘째 치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려는 노력’ 자체가 없었던 거 같아요. 영화 보는 내내 <꽃보다 남자>의 신화고가 생각날 정도였어요. 차라리 판타지 속의 특수한 학교라고 하면 믿겠어요.
[미래] 여기 출연한 배우들이 전부 첫 영화이거나 영화 많이 안 찍은 신인들인 걸로 봤을 때,. 이들을 출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임.
[성란] 네. 안타깝게도 정말 의도밖에 안 보여요.
[미래] 각본 쓰고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하이틴 물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갖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낯익은 하이틴물의 이미지만 나열하면 어쩌라는 겁니까.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이는 영화.
[성란] 그 의도가 너무 낯간지러웠어요. 영화 다 보고 났는데 온몸에 닭살이 돋았던 건 극장의 에어컨 바람 때문이 아니었다고요!
[미래] ㅋㅋ 결국 <오감도>에 대한 평균 점수를 이 마지막 영화가 확 깎아먹은..?
[성란] 네, 그나마 높지 않은 점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죠.
장식성의 늪에 빠진 <오감도>
[미래] 결국 주제와 엇나가고 완성도도 뒤죽박죽인 영화들이 갈피를 못 잡고 어설프게 묶여 있는 형국이죠.
[성란] 영화 다섯 편 모두 에로스라는 주제를 ‘살 냄새’로 푼 게 아니라 모델 같은 남녀 주인공, 매끈한 영상 등의 장식적인 요소들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이 무척 아쉬워요. <오감도>의 에로스는 어딘가 화려한 포장지 속에 놓인 텅 빈 선물 상자 같은 느낌이에요.
[미래] 너무 몸 사린 느낌이 들죠. 마치 일부러 야하지 않게 찍으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이..
[성란] 네. 어쩌면 몸을 사린 바람에 겉치장에 더 신경 쓰게 된 건지도 모르죠. 15세 관람가 영화에서 섹스 장면을 묘사할 때 두 남녀가 옷을 벗는 장면에서 멈췄다가 바로 다음 날 아침으로 넘어가는 게 전형적인 방법이잖아요. 같은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두 남녀. 대부분 오렌지 빛 햇살이 비추는 하얀 시트 위에서 아름답게 아침을 맞죠.
[미래] 정말 비현실적인.
[성란] <오감도>의 에로스도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정작 알맹이는 없는데 섹스 자체를 그저 아름답게만 포장하려고 하는 장식성만 가득하죠. 다섯 작품 중에 그 알맹이를 그린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건 참...아쉬운 점이에요.
[미래] 전 다섯 작품에 등장하는 키스신, 베드신의 강도와 묘사가 마치 짠 듯이 비슷하다는 점이 실소를 자아내더군요. 과감하지 않을 바에야 그런 부분에 있어서라도 좀 색다른 시도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정말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아온 전형적인 키스신이라니요. 베드신에서 옆으로 누운 여자의 팬티를 벗기려는 남자의 손, 딱 거기에서 멈추는 것도 아주 똑 같더군요. 헐.. 다 같이 회의라도 하셨나.
[성란] 전 그게 이 영화의 ‘장식성’의 함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에로스가 아니라 예쁜 몸매, 패셔너블한 속옷, 깔끔한 침실 인테리어를 보여주는 데 더 치중한 듯. 이건 에로스가 아니라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에로스를 보여줬던 방식'에 관한 영화에요.
[미래] 맞아요.
[성란] 그거 말고 다른 걸 보고 싶어서 극장에 간 건데 똑같은 밥상에 똑같은 반찬이 나오니까 너무 식상한 거죠.
[미래] 전혀 오감을 자극하지 않는 <오감도>;;
[성란] ㅋㅋㅋ 오감 대신 닭살을 자극하는 <오감도>
[미래] 간지러운 자극 하나는 있군요 ㅋ
[성란] ㅋ 한국 영화가 어려운 이 때, 많은 감독, 많은 배우들이 뜻을 모아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건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인데 알맹이가 없어서 참 안타까워요. 영화가 괜찮았으면 이게 얼마나 춤추고 박수칠 일이에요. 다시는 이런 좋은 기회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미래] 그러게요. 괜히 자극적인 홍보로 기대감만 부추기고 정작 보여주는 건 지극히 평범한.. 여전히 한국영화가 에로스를 다루는 방식과 옴니버스 영화를 빚는 센스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네요.
[성란] 네. 이 영화를 통해서 그 교훈을 챙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참된 의의가 될 거예요.
[미래] 교훈 하나는 확실히 주는 영화인 듯 ㅎ
[성란] 이제 교훈을 받아들일 일만 남았어요!
[미래] 제발!!
[성란] 그러므로 전 앞으로도 ‘살 냄새’에 대한 기대를 고이 간직할 거예요.
[미래] ㅎㅎ 제대로 된 에로틱 옴니버스 영화가 나와주길 기대해 보죠.
[성란] 넵! 그 때 되면 침 튀기며 찬양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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