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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워즈> - 여름을 달리는 SF 전원일기

REVIEW ON 2009/08/13 04:25 Posted by 파란다이스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승리는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으로 낙점됐던 호소다 마모루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성에 밀려 스튜디오 지브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씁쓸한 과거까지 기어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엄호해야 했던 것은 그때까지만 해도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던 호소다 감독의 입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그러니 비슷한 시기 개봉했던 지브리의 <게드전기>와의 정면대결에서 작품성과 흥행면 모두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은 물론, 전 세계 영화제 23개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등에 업고 급부상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성과는 그야말로 고래 등을 터뜨린 새우의 반격이자 승리라고 봐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학창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시간여행이라는 SF적 소재와의 생경한 합치를 통해 아련한 추억을 배가시킨 신비로운 과거지향형 SF물이었다. 이 작품은 2007년 국내 개봉 당시에도 고작 5개관에서 시작해 약 6만 관객을 동원하며 호소다 마모루라는 이름을 되뇌게 만들었으니 이질적인 세계를 결합하며 따뜻한 인간미를 이끌어낸 그의 시도는 국내에서도 분명 유효히 작동했다 할 만하다. 그런 그의 2009년작 <썸머워즈>는 전작의 승리를 발판 삼아 보다 월등한 상상력을 더하며 다시 한 번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유려히 결합시킨다. 그리고 더욱 시끌벅적해진 인간애 사이에 SF를 던져 넣은 이 낯선 조합은 이번에도 역시나 따뜻하고도 특별한 화학반응을 이끌어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는 전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이야기를 한 세계 안에 펼친다. 3D그래픽을 토대로 펼쳐지는 <썸머워즈>의 한 축인 가상세계 ‘오즈’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현실과 다름없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 컴퓨터나 핸드폰, 심지어 아이팟이나 휴대용게임기로도 접속 가능한 오즈는 인류 모두를 하나의 공간 안에 끌어안은 또 하나의 세상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세계나 다름없다고 생각한 가상세계 오즈에 이윽고 파괴본능 밖에 없는 AI(인공지능)가 침입해 사람들의 아바타를 해킹하고 결국 현실세계로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전지구적인 위기가 닥친다.


그러나 이러한 오즈를 위시해 완벽한 SF 라인 위에 있어야 마땅한 <썸머워즈>의 이야기는 오히려 17살 소년 겐지가 짝사랑하던 선배의 부탁으로 그녀의 고향집을 찾는 이야기로 향하며 절묘한 화합을 목표한다. 할머니의 90세 생일에 고향을 찾은 나츠키 선배, 그리고 그의 요구에 의해 잠시 약혼자를 행세하는 겐지. 27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촘촘한 관심 속에 생기 넘치는 인간애를 만끽하며 좌충우돌하며 끝나도 무방할 이 줄기는 오즈의 위기를 자처한 (그리고 곧이어 해결해 나가야 할) 겐지의 수학실력을 바탕으로 여름날의 감미로운 추억 속에 전세계의 존망을 건 모험을 함께 담기 시작한다.


나츠키 선배의 고향집과 가상공간 오즈의 전혀 다른 성격은 셀 애니메이션과 3D 특유의 질감으로 뚜렷한 선을 긋는다. 대가족의 북적대는 분위기로 대변되는 아날로그형 축은 친근한 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며, 오즈에서 AI ‘러브머신’과 대결하는 겐지 일행의 전투는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다 현란하고 속도감 있는 미래지향적 코드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축은 어느새 27명 대가족이 각자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집안을 들쑤시는 것만큼이나 구석구석 빈틈없이 서로를 견제하며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한다. 더불어 짝사랑하는 선배를 향한 소년의 마음, 그리고 여름을 통해 껍질을 벗고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종횡무진 하는 유쾌한 가족들과 파괴를 자행하는 AI 사이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썸머워즈>는 영화가 범접하지 못할 지점을 끊임없이 모색해야만 하는 오늘날 애니메이션의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애니메이션만이 차지할 수 있는 위치를 다시금 공고히 하는 작품이다. 유토피아적 세계관 내에서 과거지향적 동선과 미래지향적 축 모두를 수렴하는 <썸머워즈>의 세계는 그만큼 유일무이하다. 이 전혀 다른 양 세계 모두의 합일점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썸머워즈>는 색다른 애니메이션, 유일무이한 영화의 위치를 점유할 만하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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