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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판타지 소설 중 한 편으로 불리는 <나니아 연대기>의 두 번째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가 개봉했다. 이 속편의 흐름 속엔 폐허가 된 나니아를 구할 임무를 떠안는 페번시 남매(반지 원정대), 문명과 야만의 전면 충돌(두 개의 탑), 진정한 메시아 아슬란의 출격으로 나니아에 평화가 찾아온다(왕의 귀환)는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서 익히 경험한 판타지 장르의 문법이 그대로 녹아있다. 그러나 주인공 소년소녀들에게 어른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을 선사하는 영화는 아이의 성장기를 지향하는 영화로서는 너무나 더딘 성장속도를 보여준다.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함유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전쟁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어 숨바꼭질이나 하며 소일하던 페번시 남매. 이들이 열어젖힌 낡은 옷장이 오히려 이들 남매를 전장의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아이러니의 본거지였듯,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이하 <캐스피언 왕자>)는 판타지 세계를 유랑했던 아이들의 기억과 경험을 단순히 꿈과 환상에 가두지 않으며 유년기의 특별한 경험과 성장통을 전장의 상흔으로 모사하려 한다. 페번시 남매가 전쟁에 참가하여 소소한 나름의 정의감을 쌓는데서 시작해 왕국과 종족을 지키기 위한 메시아적 존재로 스스로를 확대시켜나가는 과정은 여전히 여느 아이들의 성장기와 다를 바 없는 뻔한 상징들의 복합체다.

현실세계에서는 미미했던 자신의 존재를 깨고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의 이야기인 2편 <캐스피언 왕자> 역시 다시 한 번 전편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해 나니아 왕국이 선사하는 현란한 시각적 도취 아래 이들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의미 있는 외침은 그저 귓전을 때릴 뿐, 보다 화려해진 나니아 왕국의 전투만이 여전히 이들 소년소녀들의 미미한 성장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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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원정대

런던에서의 페번시 남매들이 1년 전 나니아 왕국에서 있었던 경험을 무척이나 그리워하며 다시금 그곳으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듯 1편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그저 이들의 최초 입문기만을 다룬 것에 불과했다. 백색 마녀와 사자왕 아슬란으로 나뉜 나니아 왕국, 이곳에서 아슬란의 갈기를 쥐고 전쟁에 참가해 예언 그대로의 구세주로 자리하려는 네 남매의 분투는 기독교 신화의 판타지적 변용이었으며 그저 그런 소년소녀의 성장기에 거대한 명분을 덧씌운 과잉의 산물이었다.

<캐스피언 왕자> 역시 <햄릿>식 딜레마에 처한 캐스피언 왕자를 중심으로 나니아와 텔머린족(인간)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묘사하고 있지만 이는 곧 ‘나니아 원정대’라 할 수 있는 페번시 남매의 나니아로의 ‘재소환’과 새롭게 정립된 나니아 왕국에 대한 이들의 ‘재인지’로 정의내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단출하다. 그들을 왕으로 추앙했던 나니아 왕국은 숲에 갇혀 소수 종족만이 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 남매는 또다시 전설이 되어 구세주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 페번시 남매들은 경험 많은 백전노장처럼 칼싸움에도 무척이나 익숙하고 겨누는 활마다 백발백중의 실력을 자랑하는 우수한 군인이 되어 나니아를 이끈다는 점이다. 그렇게 아슬란이 없는 나니아를 스스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중압감이 맏형 피터의 어깨를 짓누르고, 막내 루시는 언뜻 본 아슬란의 모습을 홀로 뒤쫓는 등 이들 남매들은 저마다의 사명을 다하며 나니아의 재건과 자신의 성장을 담금질한다. 이들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나니아는 문명의 세계에 휘둘린 야만의 모습 그대로지만 마치 이조차도 이들 각자의 도약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듯한 열띤 전쟁의 틈바구니는 여전히 익숙한 사명을 다하며 나니아에 찾아온 이들 원정대 남매들의 모험과 각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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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왕국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만, 기독교와 비기독교, 얼라이언스와 호드로 상징되는 텔머린족과 나니아 일동의 대결은 영화의 백미를 이룬다. 켄타우르스, 그리핀, 미노타우르스, 난쟁이족, 거인족과 같은 익숙한 판타지 종족들이 전편과는 달리 나니아의 이름 아래 모두 한패를 이루고 또 여기에 기품 있는 생쥐 기사, 오소리 등이 한데 어울린 모습은 그대로 투석기를 쏘아대는 인간들의 전쟁과 그 함의를 향해 완전한 전복을 준비하는 듯하다.

실제로 나니아의 텔마린 기습작전과 평원에서의 전투, 두 번을 통해 펼쳐지는 전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지루할까 싶어 아기자기한 짜임새를 구석구석 갖춘 반전의 연속으로 오직 전쟁의 재미 그 자체에 충실한 듯한 모습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주목해야할 볼거리는 우리의 나니아. 반인반수 형상의 종족들이 차례로 뛰놀며 특화된 힘을 발휘해 인간들이 앞세운 문명의 이기와 그 야욕을 잠재우는 것은 피터의 의미심장한 일기토나 천덕꾸러기였던 에드먼드의 성숙을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할 정도로 대단하게 그려지며 극의 주도권을 움켜쥔다.

어쨌든 두 개의 왕국이 멋지게 서로의 과업을 수행하고 또 절망과 환희를 오가면서 전쟁의 끝자락으로 치닫는 과정은 곧 인간과 자연, 기독교와 비기독교, 문명과 야만 따위의 거시적 상징 없이도 관찰 가능한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로 충만하다. 무수한 시체를 쌓아가면서도 결코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영화 속 아이들의 전투는 그렇게 속편의 과업을 성실히 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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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루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슬란이 어느 숨겨진 고개 가운데 조용히 몸을 기대고 있었듯 진정한 메시아 아슬란의 출격이야말로 영화의 종점. 포효만으로 살수대첩을 방불케 하며, 붙박고 서있는 나무들에 힘을 불어넣어 이들의 뿌리감기로 투석기를 완파하고, 끝내 포탈까지 열며 페번시 남매들을 다시 런던의 지하철역으로 보내주는 아슬란의 신성한 등장은 그간 엎치락뒷치락하는 양 왕국간의 갈등을 무색하게 할 만큼 모든 것을 깔끔히 매듭짓는다. 리암 니슨의 기품 있는 목소리가 더해진 이 사자 한 마리에 모든 것을 몰아넣은 전쟁의 순수한 오락성은 그렇게 웅장하고도 쉽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여기엔 소년의 분투와 성장, 그리고 소녀의 신념, 나니아 왕국을 이룬 모든 종족들의 희생을 각오한 대항정신이 짙게 배어있다. 그럼에도 아슬란이라는 이름만으로 캐스피언 왕자와 네 명의 페번시 남매, 나니아 왕국의 모든 종족, 그리고 적인 텔마린족까지도 충만케 하는 전쟁의 의미는 결국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환상의 세계, 가공의 경험이라는 것을 분명케 하는 선에 그치고 만다.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일컬어지는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명백히 아이들의 전유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별 다른 데 있지 않다. 피터와 수잔 둘을 나니아로 돌아올 수 없는 어른으로 직접 명명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아무도 어른을 만들지 않고 7부작 판타지 소설의 장엄한 대서사시를 완성하려는 그 더딘 성장속도는 <나니아 연대기> 스스로를 '아이들의 판타지' 안에 굳게 가두는 것들이다. 여전히 판타지를 스크린에 구현하는 영화의 솜씨는 대단하고 전편에 비해 더욱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는 속편이지만, 이를 매력적이고도 유일한 시리즈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때문일 것이다. 강상준 기자 (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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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다이스 2008/05/19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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