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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영화 보기 좋은 계절이다.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 앉아 스크린과 마주하고 있으면,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또 사소한 일상부터 지구 반대편, 그리고 현실 너머의 환상 공간까지 여행하는 기쁨이 새롭다. 비싼 비행기 삯이나 어려운 외국어 공부? 없어도 된다. 아무 필요 없다. 그저 열린 마음만 가지면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이제 떠나볼 여행지는 C.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 한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의 나니아 왕국이다. 동행 역시 든든하다. 전쟁의 포화를 피해 떠난 나니아 왕국에서 왕과 여왕으로 급격한 신분상승을 이룬 페벤시가의 네 남매 피터(윌리암 모슬리), 수잔(안나 포플웰), 에드먼드(스캔더 킨즈), 루시(조지 헨리)가 2시간 25분 동안 함께 해줄 예정이니까. 나니아 왕국으로부터 캐스피언 왕자(벤 반스)가 분 뿔나팔 소리가 들린다. 쇼타임! 지금부터 시작이다.
네 남매가 왕자의 호출을 받고 도착한 곳은 나니아 왕국의 한적한 해변가. 순간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린 쪽빛의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만들어 낸 눈부심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아름다운 장면만으로도 2편의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전편이 네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 충격과 경이를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이번에는 새로움을 넘어서 본격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캐스피언 왕자가 왕권을 노리는 숙부 미라즈 왕의 추격을 피해 새벽녘 도망치는 장면 역시 압권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부양하는 카메라는 원경에서부터 근거리 촬영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스펙터클과 긴장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친절한 카메라씨는 마치 관객이 하늘을 날면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을 선물한다.
앤드류 애덤슨 감독(<슈렉> <슈렉 2>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충실한 볼거리를 위해 다양한 전투 신을 구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스피언 왕자가 왕궁을 떠나는 장면부터 나니아 숲을 헤매는 장면, 네 남매를 만나서 미라즈 왕궁을 습격하는 장면, 피터와 미라즈 왕의 1대 1 결투, 또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은 평원 전투 신 등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가운데 전투 신의 구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싸우는 모습을 꼼꼼히 연출한 감독이 공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체코 공화국과 폴랜드, 슬로베니아 그리고 뉴질랜드 등에서 촬영된 수려한 풍경,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에도 불구하고, 신선함은 전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단점이다. 잠시 언급했듯 1편은 나니아 왕국을 소개하면서 반인반수의 툼누스(제임스 맥어보이), 말하는 비버 등 다양한 나니아 구성원들을 친절하면서 입체적으로 설명해줬다. 하지만 2편에서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대폭 줄었다. 더구나 2편에서 야심차게 등장한 쥐 검객 리치피프는 <슈렉2>의 장화신은 고양이를 연상케 하며, 살아 있는 나무, 간달프를 닮은 물의 정령 등 영화 곳곳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아류'의 흔적을 발견케 만든다. (물론 이건 <반지의 제왕> 시리지의 아우라가 워낙 강해 비롯된 현상일 수 있으나, 시기적으로 늦게 나온 <나니아 연대기>가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갈등구조 또한 단순해졌다. 환상의 공간 나니아가 인간인 텔마린족과 네 남매, 캐스피언의 왕자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섯 주인공을 제외한 나니아 왕국의 다른 인물 비중이 줄면서 영화가 인간 대 인간의 싸움으로 단순화된 것이다. 이는 모든 생명과 자연이 하나라는 나니아 왕국의 세계관에 비춰볼 때 그 상상력의 범위를 스스로 가두고 마는 자승자박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2005년 겨울 개봉한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관객의 호불호가 명백하게 나뉘었다. 간극은 ‘유치한 아동용 영화’에서부터 ‘판타지 영화의 새로운 장’까지다.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또한 마찬가지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편에서 보여준 단순한 세계관은 여전하나, 판타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스펙터클의 진수를 이뤄냈고, 판타지 영화로의 매력은 줄었지만 액션영화로의 매력은 훨씬 증가했기 때문이다. 즉 강점과 약점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 나니아 왕국으로의 여행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드러낼 시간. 개인적으로 엄지손가락 하나 치켜 올리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영화라고 판단한다. 이 영화는 새롭거나 실험적인 영화보다는 전형적이더라도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호하는 필자의 취향에 딱 맞았다. 특히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적진으로 뛰어드는 피터, 에드먼드의 모습을 볼 때는 ‘울컥’하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또 나니아 왕국의 수려한 영상미는 최근 광우병 쇠고기니, 조류독감이니 하는 바람에 어지러운 머리를, 그리고 두 눈을 시원하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아동용 아니냐고? 단순하면 좀 어떤가. 난 그리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으니. 안효원 기자(film-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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