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걷는 소녀>는 설정만 본다면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영화다. SF작가를 꿈꾸는 여고생 미호(카호)가 떨어뜨린 핸드폰이 시공간을 관통해 약 100년 전 과거인 메이지 시대의 소설가 지망생 미야타 토키지로(사노 카즈마)에게 전달된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둘은 시공간을 초월한 통화를 이어가고 이를 통해 둘 사이엔 소설가 지망생으로서의 교감과 이해, 나아가 연애감정이 싹튼다. 가까이에는 <동감> <프리퀀시> <말할 수 없는 비밀> 같은 작품들이 이 설정을 빌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이야기했으며,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기묘한 이야기> 극장판 중 전국시대 사무라이에게 핸드폰이 전달되는 한 에피소드로부터는 직접적으로 아이디어를 빚지고 있다.
물론 설정과 아이디어의 고루함만을 탓하려는 건 아니다. 실제로 영화는 도쿄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두 주인공이 100년이라는 터울을 두고 동시간의 데이트를 하는 등 갖가지 연애 모티브 아이디어를 덧붙이며 차별화를 꾀한다. 특히 100년 전 작가 토키지로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잘 알려진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의 문하생으로 설정해 세기를 잇는 다리를 놓은 후, 매번 퇴짜 맞기 일쑤인 토키지로의 작품 그 최후의 결과는 어땠는지, 또 이미 정해진 그의 미래를 2008년의 미호가 어떻게 전달하는지 등을 통해 색깔을 보다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자못 자명하다. 영화는 전통의상으로도 가릴 수 없는 현대적인 풍모의 토키지로나 달이 떠있을 때만 통화가 가능하다는 설정 등을 별다른 영화적 포장 없이 내세움으로써 현실성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기묘한 이야기>식의 현대식 괴담과 가벼운 공상을 발판에 둔 일회성 TV드라마 수준으로부터도 그다지 나아가지 못했다. 때문에 두 주인공 배우의 매력에만 잔뜩 기대어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공히 상상할 수 있는 선상에서 나아가기 바쁜 영화의 뻔한 노선과 예정된 종착지는 비교적 간명할 따름. <미래를 걷는 소녀>는 100년을 넘나들며 도쿄 고유의 풍경을 교차시키는 유일한 변수를 활용하는 데에는 당연히 실패했을 뿐 아니라 두 소년소녀의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 역시 별다른 야심을 덧붙이지 않은 채 이미 보아왔던 수준의 로맨스로 안전히 봉합하는데 만족한다.
같은 달을 보고 있는 둘의 사랑이 깔끔하고 귀여운 수준에 머문다는 것까지 부인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미 신선하지 않은 게 분명한 아이디어조차 별다른 가공 없이 마무리 짓는 영화의 품새는 아주 오래 전부터 보아왔던 같은 달만을 계속해서 보고 있는 형상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저자본 일본영화의 힘을 전혀 느낄 수 없어 무척이나 아쉽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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