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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 찬란한 신파

REVIEW ON 2009/09/22 03:12 Posted by 정미래


루게릭 환자가 된 김명민과 <너는 내 운명> 박진표 감독의 신작 멜로라는 점만으로 <내 사랑 내 곁에>는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제목의 모티브가 된 김현식의 노래만큼이나 애달픈 러브 스토리 <내 사랑 내 곁에>는 우리가 ‘신파’라 부르는 요소로 가득 찬 영화다. 변호사를 꿈꾸던 청년 종우(김명민)는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어 죽는 루게릭병에 걸렸지만 ‘하필’ 돌봐줄 이가 하나 없다. 장례지도사인 지수(하지원)는 ‘이상하게도’ 두 번이나 이혼을 당하고 외롭게 산다. 종우에게 마지막 남은 혈육인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장례지도사로 만난 두 사람은 ‘알고 보니’ 어렸을 때 함께 뛰어놀던 이웃사촌이다. 반가운 해후는 누군가 곁에 있어줄 이가 절실한 두 사람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된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서로를 ‘너는 내 운명’이라 여긴 남녀의 불치병을 무릅쓴 불같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죽을병을 가진 남자와 죽은이를 대하는 직업을 가진 여자의 우연인 듯 필연적인 만남, 몸이 마비되는 병에 걸렸지만 천애고아 신세가 된 남자와 시체를 만지는 더러운 손이라는 오명을 떠안고 사는 여자, 비극적인 현실에 발을 디딘 행복하고 헌신적 사랑, 그리고 절실한 투병의지와 극진한 간호가 전해주는 뜨끈한 인간애. 그야말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샘을 터트리기 위해 공력을 기울인다.


확실히 감동적이다. 그런데 좀 낡은 느낌이다. 그러니까, 보는 내내 그동안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넋 놓고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치료법을 찾아 나서는 종우의 투지에선 <로렌조 오일> 같은 ‘투병 영화’가, 죽음을 앞둔 환자의 병실 로맨스라는 점에선 얼마 전 개봉한 <마이 시스터즈 키퍼>의 애틋한 백혈병 커플이 떠오른다. 또 장례지도사인 지수의 모습을 다룬 부분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선 <굿’ 바이>가 연상되는 걸 막을 수 없다. 더욱이 종우와 지수의 처절하고 뻑적지근한 사랑에선 마치 감독의 전작 <너는 내 운명>의 속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적잖은 영화들이 스쳐가는 진부함과 대놓고 신파를 표방한 간지러움을 지닌 <내 사랑 내 곁에>는 오로지 두 주연배우의 열연만으로 무시무시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까지 제작되어 몇 달 전부터 조명을 받은 김명민의 루게릭 환자 연기는 기대만큼 훌륭하다. 김명민은 휠체어와 병원침대에 앙상한 몸을 고정시킨 채 눈빛과 손가락만으로도 역동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자신의 몸에 구속된 인간이 지닌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선사하며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하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 환자로 분한 김명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명민보다 결코 비중이 적다 할 수 없는 하지원의 호연이 예상 외로 빛난다. 이것은 살인적인 살빼기도 아랑곳 않은 ‘위대한 배우 김명민’을 앞세우고 루게릭병과 휴머니즘에 방점을 찍은 마케팅 전략 아래 감춰졌던 영화의 정체이기도 하다. 즉 <내 사랑 내 곁에>는 루게릭 투병기보다는 절절한 로맨스이고, 김명민 못지않게 하지원도 돋보인다. 사극에서부터 엽기 코미디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성실한 연기를 펼쳐온 배우 하지원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강한 듯 여리고 이기적이면서도 희생적인 여성으로서 닭살을 유발하는 가공할 애정행각과 가슴을 후벼 파는 눈물연기까지 거침없이 펼쳐낸다.

사실적이고 세밀한 단계별 묘사로 루게릭이라는 잔인한 병의 심각성을 아로새기면서 종우가 입원한 병동의 다양한 전신마비ㆍ의식불명 환자 및 가족들의 기구한 사연을 꾹꾹 눌러 담은 <내 사랑 내 곁에>는 병마에 휘둘릴지언정 절대 무너지지 않는 굳센 의지와 ‘영원한 사랑’에 관한 찬란한 신파극이다. 적어도 내 옆자리에 앉은 여성 관객의 눈물콧물만큼은 확실히 뽑아냈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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