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이라도 쿠바에 들어오면 쿠바 옷을 입는다. 그게 팝이든 록이든 블루스든 힙합이든 간에 쿠바에 온 이상 캐러비안 바다의 짙푸른 향취를 잔뜩 머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쿠바 음악인의 자부심에서 우러나온 허세가 아니다. 쿠바의 현재를 쿠바음악과 함께 풀어내는 영화 <하바나 블루스>는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기 위해 하바나를 찾은 스페인 프로듀서팀의 ‘하바나 음악 투어’ 시퀀스를 통해 이를 여실히 증명해낸다. 루이(알베르토 요엘)와 티토(로베르토 산마르틴)가 하바나 구석구석에 자리한 밴드를 하나둘 소개할 때마다 영화에는 쿠바식 얼터너티브 록이 흐르고 랩이 흐르고 하드코어와 레게가 차례로 흐른다. 익숙한 장르에 더해 열대 특유의 그루브함이 더해진 쿠바표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이 한눈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무조건 낙천적일 것만 같았던 열대 쿠바의 겉껍질을 들어낸 영화에는 끝없는 가난과 불명확한 미래로 점철된 쿠바의 생활이 힘겹게 펼쳐진다. 그리고 또 다시 한꺼풀을 벗겨내면 그곳엔 이런 자신들의 인생을 때론 자조적으로 때론 역설적으로 읊조리며 희망을 갈구하는 그들의 음악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하바나 블루스>의 음악은 절대로 아름다운 카리브해와 아름다운 인생을 찬양하는 무조건적인 낙천성에 머물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과 고독을 오늘 또 하루 이겨낸 후에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쿠바식의 진짜 낙천성. <하바나 블루스> OST에는 그런 쿠바인의 삶의 자세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하바나 블루스> OST는 루이와 티토가 밴드를 꾸려 데모곡을 녹음하는 영화 오프닝곡과 둘의 마지막 콘서트 합주곡은 물론 하바나 시내를 가득 채웠던 영화 속 각양각색 쿠바식 음악을 모조리 담고 있다. OST의 전반부는 ‘Cansado(버텨라)’와 ‘Habaneando(하바나식으로 하라)’ ‘Habana Blues’ 등 루이와 티토가 함께 만든 록음악이 자리해 자조와 희망 사이에 서있던 둘의 음악인생과 쿠바음악의 진정성을 한껏 드러낸다. OST의 후반부에는 하바나 음악 투어시 쿠바의 가지각색 밴드들이 들려줬던 음악들에 더해 티토의 할머니가 부른 발라드 ‘Se Felix(행복하세요)’까지 몽땅 담겨 있어 쿠바의 별미 또한 그득하게 맛볼 수 있다.
음악영화 <하바나 블루스>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버팀목이자 정수라 할 만한 OST에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해 갈라서는 단짝친구의 안타까운 결별이 유유히 흐른다. <하바나 블루스> OST를 통해서라면 분명 생활인으로서 또 음악인으로서 쿠바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웠던 영화 속 시간 역시 야무지게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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