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열정, 함성 가득한 야구는 무척 재미있는 스포츠다. 봄부터 가을까지 쉴 새 없이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나는 갈매기>는 롯데팬은 물론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기대했을 영화이다. 롯데팬이야 목을 빼고 기다렸을 테고, 롯데팬이 아니더라도 그라운드 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데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극장에는 롯데 유니폼을 맞춰 입고 온 단체 관객들도 눈에 띄었고, 오프닝이 끝나고 ‘나는 갈매기’란 타이틀이 뜨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영화는 롯데팬들의 입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롯데와 연을 맺게 됐으며, 롯데가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 가감 없이 말한다. 이후 카메라는 팬들을 광분케 하는 롯데 선수들의 스프링 캠프장으로 향한다. 지난해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지상명제에 성공함으로써 부산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 선수들은 올해는 더 높은 곳으로 향하자고 결의하고, 연신 땀을 흘린다. 시즌이 시작되고 롯데는 만원 관중 앞에서 히어로즈를 상대로 개막전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한다. 하지만 연이은 패배에 팬들은 물론 선수 자신과 코칭스태프마저도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다.
<나는 갈매기>는 2009시즌을 보내는 선수, 코칭스태프, 팬들의 모습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의 거대한 서사시를 만들고자 한다. 카메라는 야구장, 2군 야구장, 락커룸, 코칭스태프 회의실, 관중석, 부산 지역 곳곳을 돌며 부지런히 찍는다. 스크린을 통해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모습, 구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영화에 ‘롯데 자이언츠 서사시’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생도 알다시피 야구는 9명이 하는 운동이다. 여기에 교체선수, 코칭스태프, 팬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그런데 권상준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죽 나열하기만 했지, 그것을 하나로 모으지 못한다. 롯데에 대한 팬들의 열정은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선수들의 고민과 노력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을 뛰어넘지 못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더니, <나는 갈매기>는 주인공이 많아 영화가 산으로 간 케이스다. 바꿔 말하면, 모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누구의 이야기도 하고 있지 않다. 얼굴에 공을 맞아 부상을 당한 롯데의 주장 조성환의 부상투혼조차 영화를 살리지 못한다. 결국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아직 못 다한 선수들의 이야기를 이미지 교차만으로 무마하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영화 중반, 팀이 부진하자 팀의 맏형격인 손민한은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다. “무조건 잘하자, 최선을 다하자, 이기자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으면 우린 이길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딱 이 장면이 생각났다. 팬들이 롯데를 사랑하는 모습,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만을 나열한다고 영화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야구, 그것도 전국 수백만의 팬을 보유한 롯데 자이언츠라는 좋은 소재를 갖고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29일 전에 개봉을 하기 위해 시간에 쫓겨 후반작업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나는 갈매기>는 이례적으로 토요일 개봉을 했고, 언론시사는 더욱 더 이례적으로 그 하루 전날인 금요일에 진행됐다). 야구팬이라면 WBC에 참가해 낚시를 하고 왔다는 의혹을 받는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의 심정은 어땠으며 다시 마운드에 서기 위해 그가 흘린 땀이 얼마인지, ‘먹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홍성흔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았겠는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물, 이야기 중심으로 재편집을 하지 않는 이상 <나는 갈매기>가 영화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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