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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중 제작비 문제로 여러 차례 난항을 겪던 청년필름의 <탈주>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탈주>는 <후회하지 않아>로 국내 퀴어영화의 가능성을 확장한 이송희일 감독의 차기작으로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선을 교차시키며 예정된 파국을 향했던 이송희일의 색채가 탈영병의 로드무비라는 색다른 캔버스에 다시금 스민 작품이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탈영한 군인들은 경고도 없이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군을 피해 불안한 남행을 계속한다. 영화 내에서도 쫓기는 이들의 입을 통해 ‘군대 안이나 밖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탈주>는 영화 내내 시스템에 지배당하고 파괴되는 개인의 이야기를 직유한다. 그들이 전라도의 대자연 아래서조차 조금의 해방감을 맛보지 못하고 끝내 시스템의 손아귀 안에 갇혀 결코 구원받을 수 없는 것처럼 <탈주>의 공간은 그 자체로 세계 안에 함몰당한 인간의 왜소함을 극대화하며 또한 영화는 매순간 이를 힘주어 말한다. 


이송희일 감독은 동성애자를 소재로 소수자 배척을 당연시하는 우리사회의 과오를 지적했던 전작의 주제의식을 <탈주>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그러나 인물 개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이나 구조의 평이함이 우선 상징하듯 영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면밀히 직조하는 구조적 세공보다는 인물들의 감정 기복과 주제를 직접 드러내고자 하는 의식을 보다 전면에 내세운다. 덕분에 중첩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척 뚜렷해지지만 반대로 무려 여섯째 날까지 이들을 뒤쫓아야 되는 이유는 갈수록 희석되어만 간다.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 상영 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가브리엘 가브리아 마르케스가 그랬던 것처럼 신문기사를 스크랩해두고 오래 전 실제 벌어졌던 사건들을 직조해 영화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군장교가 사병 수십 명을 성추행했던 사건과 다양한 군대내 폭력사건을 캐릭터의 탈영 사연과 연결 지으며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향한 분노와 절망을 더욱 구체화한다. 그러나 실제 현실의 편린들로 구성된 탓인지 영화의 서사 및 개별 에피소드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익히 예상할 수 있는 선을 벗어나지 못하며, 영화 또한 미묘한 와해와 합일을 반복하는 세 주인공들의 불안정한 감정에 더욱 밀착한다. 애써 꾸려놓은 특수한 상황 속에서 상상 이상의 선을 넘어서지 못한 평이한 구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제 기간 중 두 차례 상영이 예정되어 있던 <탈주>는 현재 14일 오전 마지막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강상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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