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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양들이 있다. 한 명은 비정규직의 부당 해고를 철회하라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다른 한 명은 대기업 비서실에서 숨죽여 커피를 타는 일에 따분해 하고 있다. 20대 중반에 들어선 두 여성은 중학생 시절 단짝이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한 친구의 갑작스런 이사로 연락이 끊겼고, 10여 년 만에 재회를 했다. 연극반 활동을 하며 배우라는 같은 꿈을 꾸었던 두 친구가 갈 곳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기업 비서가 되어 만났다. 다시 만난 기쁨은 두 사람을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해준다. 둘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웃고 떠들고 놀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려 한다. 

하지만 가난으로 대학교도 못 가고 겨우 먹고 사는 친구와 큰 회사에 취직해 안락한 삶을 누리는 친구의 현실은 과거의 행복한 추억도 가로막지 못할 벽을 만들어낸다. 끝나지 않을 투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노동자와 아무런 고민이 없어 심심하기만 한 대기업 직원이라는 계급의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둘을 점점 다른 공간으로 밀쳐낸다. 영화는 며칠간 한집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이 그동안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음을,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좁혀질 여지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손 꼭 붙잡고 나중에 훌륭한 배우가 되자고 약속했던 해맑은 소녀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별된 환경에 속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미워하게 돼버린다.


영화의 마지막에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바친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황철민 감독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통해 젊은 여성 노동자의 황폐한 삶을 어루만진다. 농성을 저지하려는 회사 사람들에 욕설로 맞서고 오래된 단식으로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하던 주인공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파업 현장을 뛰쳐나온다. 이후 중학교 시절 단짝을 만나 현실을 망각하려 하지만 음식은 좀처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잘 때마다 파업 현장에 가 있는 악몽을 꾼다. 가혹한 사회를 감당하기에 그녀는 너무 연약하다.

저예산 영화 특유의 성근 만듦새에 비정규직, 계급 차이 등 다소 어두운 주제를 탑재한 영화가 생기를 얻게 된 건 바로 가수 오지은의 음악 덕분이다. 20대 여성의 감성을 이보다 더 진솔하게 표현할 수 없을 듯한 오지은의 노래들이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사운드트랙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불쌍한 두 청춘을 위로한다. 극단까지 몰아붙여진 둘의 감정이 차이를 인정하고 못다 이룬 꿈을 향한 용기로까지 이어지면서 희망의 빛을 쏘아 올린 영화의 밝은 기운이 알알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와 조화를 이루며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게 만든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아무리 어렵고 지루한 삶을 살더라도 여전히 꿈꿀 수 있고 또 이뤄낼 수 있는 이 시대의 20대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보인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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