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케이블계 핫이슈로 떠오른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롤코>)의 일등 공신은 단연 ‘남녀탐구생활’이다. 서로를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라 여길 정도로 다른 게 여자와 남자라 했던가. ‘남녀탐구생활’은 도무지 달라도 너무 다른,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남성과 여성의 육체적, 정서적 차이를 상황별로 세밀하게 탐구해 절로 손뼉 치게 만드는 공감과 발견의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제작진 스스로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남녀탐구생활’은 누구나 아는 남녀의 차이, 여자는 내숭, 남자는 짐승 식의 뻔한 공식을 되풀이하는 안일함은 일찍이 내다버렸다. 감기 걸렸을 때, 버스 탔을 때, 직장에서 점심시간이 됐을 때, 운전할 때, 공중목욕탕과 공중화장실에 갔을 때 같이 실생활 구석구석에서 티 나지 않게 드러나는 남자와 여자의 다른 행동과 생각을 현미경을 들이댄 듯 꼼꼼하고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이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여기에 컴퓨터 기계음을 흉내 낸 듯한 서혜정 성우의 무감정 속사포 내레이션은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은 다큐멘터리적 사실감으로 공감지수를 한껏 끌어올린다. 케이블에서만 가능한 적당히 버무려진 비속어와 아슬아슬 찰랑거리는 수위의 묘사가 거침없는 관찰력을 만나 더 없이 솔직하게 웃기는 코미디가 됐다.
물론 무신경하고 게으르고 허풍이 깃든 남자와 예민하고 까다롭고 공주병 증세가 있는 여자가 대한민국 남녀의 표준은 아니다. 특히나 그 주인공이 진상에 밉상 콤보를 형성하고 있는 정형돈과 백치미를 간직한 ‘8등신 송혜교’ 정가은이라는 점은 더더욱 의아한 대목이다. 하지만 웃자고 만든 프로에 죽자고 덤빌 필요는 없다. 이건 다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재밌는 TV’를 추구하는 오락 프로그램이기에 외모에서부터 성격까지 격하게 양극화된 인물을 내세운 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정형돈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캐릭터를 한껏 이용하고 정가은의 귀여운 얼굴과 시원시원한 몸매를 전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며 약간의 과장과 희화가 곁들여지긴 했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만큼은 사실이다. 두 사람의 별스럽지 않은 일상을 조목조목 탐험하다보면 어느새 정형돈, 정가은이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의 입장에서 나는 “맞아, 맞아!”하는 공감의 쾌락으로 몸부림치며 ‘남녀탐구생활’을 감상하고 있다. 자동차 사이드미러가 접힌 걸 한참 후에 발견하고, 컴퓨터 부팅하는 시간에 거울을 보며, 생리 중일 때 모양 빠지는 어두운 옷을 억지로 입고, 라면 실컷 먹고 나서 괜히 먹었다고 후회하고, 공중화장실 변기에 휴지를 까는 게 바로 여자다. 같은 옷 입은 스타들을 비교해 놓은 인터넷 뉴스를 클릭해서 기사는 안 읽고 사진만 보며, 감기 걸렸을 때 얼굴이 조금 홀쭉해지진 않았나 확인하는 게 나 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신기해한 사람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 그 속에 담겨진 남녀의 심리를 꿰뚫는 공감 백배의 디테일. 이것이 바로 ‘남녀탐구생활’이 케이블을 박차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며 널리 사랑 받게 된 저력이다. 대수롭지 않은 상황에 별거 아닌 행동이지만 그것이 행성의 거리보다 먼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에 감탄하는 순간 ‘남녀탐구생활’은 그 어떤 인류학 보고서보다 훌륭한 기록이 된다. 정미래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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