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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구멸망?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 머나먼 2012년 종말 따위가 문제겠느냐. 보라,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려야 할 이 지구촌 최대의 경축일이 고작 연인들의 축제로 전락함으로써 매년 두려운 크리스마스를 맞는 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아무리 사랑과 평화, 가족과 화합이라는 고귀한 상징 위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가치를 뒤엎는 영화 속 난장 역시 반복되는 건지도 모른다. 온가족이 둘러앉아 으레 단란한 가족영화나 봐야할 것 같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를 깨부수는 성탄절 소동극 ‘다크 크리스마스’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포세이돈 어드벤처> The Poseidon Adventure, 1972

예수의 탄생일에 부자들이 탄 배가 뒤집힌다는 설정은 역시나 청교도국가의 영화다운 발상이다. 거대한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호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취해있다. 거기에 탄 사람들은? 맞다. 부자들. 뒤집힌 배에 갇힌 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을 인도하는 인물이 목사라는 점에 이르면 그 철두철미함에 다소 피로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배가 뒤집히는 순간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구르고 떨어지고 깔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저 하얗게 질리는 것이다. 과연 신의 진노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올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자, 기도하자. 유주하 기자


<블랙 크리스마스>
Black Christmas, 1974

이건 좀 말이 안 된다. 정신병자 살인마가 살던 집에 기숙사를 차리다니. 어쨌든 덕분에 아리따운 여대생들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살인마의 제물이 될 처지다. 여기서 좀 중요한 뉴스. 그 여대생들 중에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의 올리비아 핫세가 있다는 사실. 슈퍼맨의 원조 여친, 담배 피우는 로이스 레인, 마곳 키더 역시 있다.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낭랑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살인마의 힘찬 스윙(?)이 교차되는데, 개봉 당시에는 꽤나 문제적인 비주얼이었다. 하기야 자기들만의 화기애애한 가족주의로 똘똘 뭉치는 크리스마스에 버려진 이들의 갈 곳 없는 심중이란 이렇게나 공격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인류애를 실천하자는 소리인가? 유주하 기자


<그렘린>
Gremlins, 1984

생각 없는 아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상한 동물을 사왔다. 얼핏 앙증맞은 외모에 귀염질을 난발하는 기즈모. 하지만 물만 닿으면 무한증식에 야식을 잡수면 괴물로 변한다니 말문이 막히는 박테리아급 생물이다. 크리스마스에 취한 도시를 휘젓는 그 날카로운 이빨과 개구리 피부, 그리고 떡볶이 빛 눈알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이 징그러운 생물들을 쓸어버리고 싶어진다. 더구나 절대미모 피비 케이츠를 괴롭히다니 용서란 없는 것이다. 하여 가뜩이나 크리스마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비에게 또 다른 공포와 아픔을 남기는 그렘린들이 믹서에 들어가거나 전자레인지에 들어간다면 우리는 외치게 된다. 스위치를 눌러! 빨리! 유주하 기자


<죽음의 밤> Silent Night, Deadly Night, 1984

정신 나갔던 할아버지가 잠시간 돌아온 정신으로 한다는 소리가 손자를 미치도록 겁주는 얘기. 거의 신들린 것처럼 표변하는데, 아들 부부 앞에선 식물인간 행세라니 며느리가 무서웠나보다. 여하튼 할아버지 말대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아이는 뒤틀린 기억과 고통 속에 광인이 되어버린다. 성인으로 자란 그의 페티시는 ‘산타복장으로 살인하기’. 빨갛고 오동통한 모습으로 살인에 나서는 모습이 과연 살벌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다. 청년으로 자란 주인공의 외모가 근사하다는 사실도 그렇고, 은근히 노출의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도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은 공포영화. 어쨌든 시금털털한 재미가 일품이다. 유주하 기자

<다이 하드> Die Hard, 1988

예수님이 태어난 지 1988년째 되는 날, 형사 존 맥클레인의 전설 또한 태어났다. 크리스마스 가족 상봉을 위해 머나먼 뉴욕에서 LA까지 건너온 NYPD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은 이 좋은 날 아내의 회사를 접수한 테러범들 덕에 새하얀 러닝셔츠가 시꺼멓게 될 때까지 피투성이 맨발로 빌딩을 누빈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흥겨움도 뒤로한 채 엘리베이터 통로를 아슬아슬 오가며 제목 그대로 좀처럼 죽지 않고 일촉즉발 성탄절을 꾸려가는 그의 고군분투가 참으로 애달프다. 물론 때 아닌 된서리를 맞은 건 투덜이 맥클레인 혼자만도 아니니. 아닌 밤중에 발등에 불 떨어진 LA경찰들과 FBI, 그리고 빌딩 단전 때문에 성탄전야 정전까지 감수해야 하는 지역주민들은 또 무슨 죄란 말인가. 작정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이는 난리 치고 이만한 깽판이 또 있을까. 강상준 기자

<배트맨 2> Batman Returns, 1992

단지 기형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크리스마스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펭귄(대니 드비토), 33년 후 크리스마스에 서커스 갱단과 함께 귀환하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과 함께 조건 없는 사랑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백만장자 맥스 쉐릭(크리스토퍼 워큰)의 가증스러운 위선이 상징하듯 팀 버튼이 다크 나이트를 빌어 말하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은 대체로 이런 건지도. 눈이 오지 않는 지역 출신인 탓에 항상 겨울이나 눈의 이미지를 비틀어 활용하는 팀 버튼의 표현주의 성향 미장센과 세 ‘동물인간’들의 정신분열증적 대결이 화려한 크리스마스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어찌됐건 대형트리에서 박쥐떼가 날아가는 장면과 선물상자에서 튀어나오는 갱들. 팀 버튼이 아닌 그 누가 이런 크리스마스를 선사하리오. 강상준 기자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Tim Burton's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1993

공포를 유희하는 할로윈데이의 감성을 온 누리에 평화 가득 크리스마스에 덧씌우는 역발상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 키다리해골 잭은 매년 반복되는 할로윈 행사에 진력나던 차 우연히 크리스마스라는 기상천외한 아이템을 접한다. 이윽고 할로윈마을 주민들을 선동해 크리스마스에 도전하기에 이르는데. 산타클로스, 아니 샌디 클로즈(Sandy Claws)를 납치감금한 후 친히 붉은 옷에 수염 달고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어디 공포의 주역들이 기획한 크리스마스가 여느 성탄절과 같을쏘냐. 팀 버튼 제작, 헨리 셀릭이 연출한 이 아기자기한 악몽은 기괴한 환상과 유머러스함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앞세워 크리스마스 뒤집기에 성공한다. 명실 공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3D 입체영상으로 제작돼 재개봉하기도 했다. 강상준 기자

<더 로드> Dead End, 2003

코맥 맥카시 원작의 <더 로드>가 아니다. ‘막다른 길’이란 뜻의 원제가 대변하듯 이 영화 <더 로드>는 지름길로 가려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길을 헤매는 어느 가족의 크리스마스 전야 잔혹사를 그린다. 성탄절을 맞아 네브라스카주의 친척집으로 향하던 중 낯선 길을 택한 해링턴 가족은 아기를 안고 있는 어느 여인과의 음산한 만남을 시작으로 기분 나쁜 영구차를 수차례 목격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내해야 한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이 소름끼치는 길 위에서 가족 한명 한명이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퇴행 현상을 반복하며 차례로 죽어가기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끝끝내 막다른 길을 지배한다. 결말부에 이르러 의문의 죽음 모두가 설명되지만 이 역시도 기어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위에 얹어놓고 있어 그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강상준 기자

<산타 슬레이> Santa's Slay, 2005

얼핏 <죽음의 밤>의 설정을 빌린 것으로 보인다. 근육질 레슬러가 살인마 산타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타 슬레이>는 훨씬 더 센 영화다. 영화의 도입부 우리는 신기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산타가 악마의 아들이며 1000년간 억지춘향으로 선물배달을 해왔다는 것. 기다리고 기다리던 1000년의 계약이 끝나고 악마의 아들, 산타가 크리스마스를 습격한다. 적당히 멀찌감치 바라보는 살상 장면이 그다지 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부인을 들소썰매(!)로 추돌하고, 스트립클럽을 초토화 시키는 산타의 모습에서 “호호호”같은 웃음소리는 옛말에 불과한 것이다. 트리에 불 지르고 산타를 추격하는 산타라니, 비틀림의 재미가 충만하다. 유주하 기자


<죽어도 해피엔딩>
2007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Serial Lover, 1998)의 한국판 리메이크작이자 크리스마스 버전. 다음날 있을 여우주연상 수상을 미리 축하하며 김칫국이나 마시려던 여배우 예지원(예지원). 그러나 그녀의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이브 자축 파티는 예기치 못한 손님들의 연이은 방문으로 인해 참으로 기괴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집에서 살인을 저지른 여배우, 그리고 이를 감추고자 하는 그녀의 다급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례로 난입해 프러포즈를 펼치기에 여념 없는 남자들. 꽁꽁 언 동태가 가슴에 박히는 등 잔혹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쓸어안은 영화의 종착지에는 TV브라운관에서 기어 나오는 사다코 패러디와 ‘인간 주크박스’라는 해괴한 코미디가 자리하며 힘을 더한다. 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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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다이스 2009/12/2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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