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나 버트, 우리 얼간이야?
버트 아니! 무슨 말이야?
베로나 내 말은, 우린 서른넷이고……
버트 난 서른셋이야.
베로나 그리고 우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잖아.
버트 무슨 기본?
베로나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기본.
버트 우린 얼간이 아냐.
베로나 창도 종이로 막았잖아.
버트 우린 얼간이 아냐.
베로나 얼간이일지도 몰라.
버트 우린 얼간이 아냐.
<어웨이 위 고>의 베로나(마야 루돌프)는 거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불안하다. 서른넷의 베로나는 서른셋의 연인 버트(존 크래신스키)와 덴버의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다. 창문은 종이로 덧대 놓았는데 종종 전기가 나간다. 베로나는 자유 기고 일러스트레이터고 버트는 보험 일을 한다. 같이 살지만 결혼은 안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베로나가 임신을 했다. 이대로 아기를 낳아 길러도 되는 걸까, 베로나는 덜컥 겁이 난다. 종이 창문에 종종 전기가 나가는 집에서는 아무래도 아기를 기를 수 없을 것 같다. 가까이 사는 버트의 부모, 제리(제프 다니엘스)와 글로리아(캐서린 오하라)마저 버트 부부와 곧 태어날 손자는 안중에 없는 듯 갑자기 벨기에 엔트베르펜으로 떠나 살겠다고 선언한다.
21세기 미국 가족의 현실
그래서 베로나와 버트는 여행을 떠난다. 아기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만한 데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콜로라도, 피닉스, 투싼, 매디슨, 몬트리올, 마이애미에 들러 베로나의 옛 직장 상사, 베로나의 동생, 버트의 소꿉친구, 버트와 베로나의 대학 동창 부부, 버트의 형과 그의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바라본다.
그렇게 <어웨이 위 고>는 21세기 미국 가족의 현실을 백과사전식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배꼽 잡는 코미디를 통해 때때로 현실을 과장하지만 미국 가정의 슬픔과 혼란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남편과 아이들 면전에서 그들을 모욕하는 알코올중독자 릴리(앨리슨 제니), 오로지 히피적인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엘렌(메기 질렌할), 입양한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 같지만 유산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가넷 부부(크리스 메시나, 멜라니 린스키), 아내의 가출 때문에 걱정에 휩싸인 커트니(폴 쉬네이더). 그들의 가정은 하나 같이 위태롭다. 완벽한 가족의 본보기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베로나와 버트는 오늘날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태로운 미국 가족의 여러 현실을 목격한다.
미국 가족의 역사적 현실
베로나와 버트가 동시대 미국의 여러 가족을 들여다보기 이전에 샘 멘데스 감독은 현대 미국 가족의 불안을 역사적으로 탐구했다. <아메리칸 뷰티>(1999)에서는 1990년대 미국 가족의 분열을, <로드 투 퍼디션>(2002)에서는 대공황 시기, 근엄한 아버지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아들의 혼란을,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에서는 1950년대 공허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중산층 부부를 그렸다.
멘데스가 그리는 미국 가족은 하나같이 문제투성이다. <아메리칸 뷰티>의 번햄 가족과 피츠 대령 가족은 대화가 단절된 현대 미국 가족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해결책은 미국의 과거에서 찾을 수도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버지는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 <로드 투 퍼디션>의 설리반 가족과 루니 가족에서 보듯 과거의 아버지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총을 들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이란 이름 아래 아기를 낳는 순간, 가족은 개인의 자유와 진정한 행복을 억누르기 시작한다. 1950년대에도 그랬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휠러 부부를 보면 알 수 있다.
멘데스는 그들이 결코 특별하지 않다고 말한다. <로드 투 퍼디션>의 설리반(톰 행크스)과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차역과 길거리에서 하나같이 중절모를 눌러쓴 회색 신사들과 뒤섞인다. 설리반과 프랭크 역시 그들과 다름없는, 중절모에 코트 차림이다. 언뜻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모를, 비슷비슷한 모습의 사람들. 설리반과 프랭크는 그들 중 한 명이다. 결국 그들이 겪는 문제는 그 시대 미국 가족의 공통적인 문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멘데스는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 <레볼루셔너리 로드> <어웨이 위 고>를 통해 그것이 시대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 가족이 겪는 문제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 모두의 현실
그리고 그의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그것은 단지 미국 가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 모른다. 영국 사람인 멘데스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아메리칸 뷰티>를 찍을 때 난 미국 교외에서 채 이틀을 보낸 적도 없었다. 난 그저 시나리오가 색다르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내가 받아들이고자하는 도전이라는 걸 알았을 뿐이다.”
“난 미국에 매료됐다.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미국에 대한 영화를 찍는 걸 그만두게 되겠지. 미국에 대해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미국에 가서 참으로 미국적인 영화를 만드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20세기는 위대한 신화적 풍경의 한 장면처럼 미국으로 빨려 들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전통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 크기와 품위로 말할 수 없는 커다란 이야기들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걸 당신도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샘 멘데스는 1990년대(아메리칸 뷰티)에서 시작해 대공황 시기, 1950년대를 거쳐 다시 21세기의 오늘로 돌아온다. 그리고 베로나와 버트를 내세워 오늘 미국 곳곳의 가족을 돌아본다. 하지만 어디에도 본받을 만한, 완벽한 가족은 없다.
“표면의 아래를 들여다보면, 내 모든 영화들은 비슷한 주제로 연결돼 있다. 그건 모두 길을 잃고 헤쳐 나갈 길을 찾으려 애쓰는 누군가 혹은 더 많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어웨이 위 고>도 다르지 않다. 베로나와 버트가 헤쳐 나갈 길을 찾으려고 하는 거다.”
마침내 베로나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완벽한 가족이 아니라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서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버트와 결혼하기를 망설이고 스스로 어머니가 되는 게 두려웠던 자신의 가족에게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한다. 어차피 완벽한 본보기는 없다. 멘데스의 말처럼 그저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미국 가족,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이다. 장성란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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