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무 고립됐어.” 휴대폰 너머로 누나가 충고한다. “주위에 온통 사람들뿐인데?”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항 터미널을 바삐 걷던 그가 받아친다. 건조한 표정으로 흩어져 가는 인파를 성의 없이 둘러보면서.
행복은 상대적이다. 라이언(조지 클루니)은 1년 내내 출장을 다니며 차곡차곡 쌓이는 항공 마일리지에 흐뭇해하는 남자다. 자동차와 집에 대한 소유욕 같은 건 애초에 버렸고, 친구와 가족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낀다. 이런 건 모두 라이언에게 있어 인생의 잡동사니와 같다. 그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이자 홀로 늙어가는 외톨이다. 하지만 그는 고독하지 않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상대방의 눈을 봤을 때 그 사람이 내 영혼을 보는 게 느껴지면서 온 세상이 고요해지는 느낌’ 같은 건 겪어본 적이 없다. ‘누구나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인 결혼’을 꿈꾸지도 않는다.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생겼을 때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이 더 기쁘고 덜 슬프다는 걸 인정하지만 혼자여도 상관없다고 여긴다.
그러던 그에게 자신과 꼭 닮은 여자 알렉스(베라 파미가)가 나타난다. 출장 애호가이자 마일리지에 흥분한다는 공통점 외에도 서로에게 짐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깔끔하게 욕구를 나누는 것도 똑 같다.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라이언은 본인이 그렇게 비워내자 주장하던 인생의 짐을 짊어지게 된다. 알렉스는 라이언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다. 알렉스를 보며 라이언은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사는 게 진짜 행복한 건지 생각해 본다. 인간미 없는 풋내기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가 “당신처럼 살면 사람을 사귈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다. 결국 그렇게 원하던 마일리지 목표치를 달성한 순간 라이언이 느낀 건 허탈함이다. 역시 기쁜 일은 누군가 함께 나눠야 더 기쁜 법이다. 어김없이 출장을 위해 공항에 선 라이언은 여전히 자유로운 외톨이지만, 그의 배낭은 완전히 텅 비진 않았다.
제이슨 라이트만은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 속에 사회적 이슈를 부드럽게 끌어안으면서 무엇보다 참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감독이다. 또한 그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뭔지, 그것이 영화를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 지 잘 알고 있다. <주노>를 통해 임신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여고생이 얼마나 당당하고 주체적일 수 있는 지 보여줬고, <인 디 에어>에서는 ‘항공마일리지 오타쿠’이자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중년남을 과장되지 않고 말끔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배우의 역할도 크지만, 엘렌 페이지와 안나 켄드릭을 발견하고 조니 클루니를 설득한 재능은 온전히 그의 것이다. 이제 제이슨 라이트만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은 더 없이 설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정미래기자(FIL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