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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커피 자판기와 혜미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식신 팬더 ‘포’의 좌충우돌 무림 진출기 <쿵푸 팬더>가 관객몰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셀마의 단백질 커피>가 20일 명동 중앙시네마에 위치한 인디 스페이스에서 개봉됐다. ‘인디애니박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김운기, 연상호, 장형윤 등 한국 독립애니메이션계의 ‘뉴웨이브’라 평가받는 세 감독이 연출한 세 작품을 모은 옴니버스 형태의 작품이다.

김운기 감독은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영상과 한 편의 우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로 인간 내면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와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해온 관록의 중견 애니메이터이며, ‘1인 제작시스템의 전설’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은 2003년과 2006년 발표한 <지옥> 시리즈로 충격적인 영상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준 감독이다. 장형윤 감독은 한국 독립애니메이션 자타공인 한국 독립애니메션계의 최고 흥행카드로 2005년 발표한 <아빠가 필요해>는 세계 4대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의 하나인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외국인으로 처음 히로시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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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첫 에피소드인 김운기 감독의 <원티드>는 1987년 한 마을에 닥친 불행을 그린 미스터리 작품이다. 누가 봐도 평온한 마을, 동네 꼬마들이 고양이를 괴롭히는 것이 가장 큰 비행(?)으로 그려지는 마을에 한 노파가 찾아온다. 동네 주민들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노파에게서 공포를 느끼고, 불안한 미래를 예감한다. 앞선 걱정은 늘 더 큰 불행을 불러오듯 노파는 큰 홍수를 불러오고, 주민들은 대혼란에 빠진다. 극이 전개되는 가운데 ‘노파의 정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된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를 예측할 수 있는 실마리는 동네 경찰이 갖고 있는 ‘현상수배(WANTED) 전단지’ 뿐.

김운기 감독은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대신 혼란에 빠진 주민들 앞에 나타난 정치인(정부)의 기행에 초점을 맞춘다. 빗물에 온 동네가 잠긴 상황에서 그가 들고 온 구호품은 귀여운 곰인형과 텔레비전. 그나마 구호품을 전달하기 전에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동네 주민들에게 자동차 매연을 선사하는 경찰의 모습은 87년 시대상을 고려해 볼 때 최루탄을 발사해 무고한 시민에게까지 피해를 준 한국 공권력의 무력함과 폭력성을 연상케 한다. <원티드>는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08에 초청돼 프랑스 관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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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시켜먹는 행위가 이렇게 슬플수 있을까를 보여주는 <사랑은 단백질>. 왼쪽 아래 돼지 저금통의 활약은 기대해도 좋다


세 에피소드 중 최신작인 연상호 감독의 <사랑은 단백질>은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블랙 코미디이다. 무료한 여름 밤. 자취생인 세 남자는 허기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치킨을 시켜 먹는다. 그런데 배달을 온 것은 닭이 아닌 돼지. 돼지의 뒤를 밟은 닭은 멀리서 눈물을 흘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이 먹을 ‘희생닭’의 정체가 바로 주인 닭의 아들 ‘닭돌이’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주인 닭은 집 안으로 들어와 “닭돌이는 하늘을 날고자 했던 꿈 많은 아이였다”며 대성통곡을 한다.

최규석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사랑은 단백질>은 ‘생존을 위해 벌어지는 인간군상의 처절한 투쟁기’를 그린다. 누군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가 희생을 치룰 수밖에 없는 상황은, 조폭 대출이 판치고 있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판박이다. 그 희생이 크던 작던 간에, 우리가 죄의식을 갖고 있던 갔고 있지 않던 간에 세상은 그렇게 자비 없이 굴러가고 있다. 물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은 유쾌하다. 작품은 예상치 못한 사건 전개, 허를 찌르는 대사 등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해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온몸 다 바쳐 큰 웃음을 선사하는 ‘돼지 저금통’ 캐릭터는 가히 압권이다. 주인님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배가 갈라져야 하는 비운의 운명. 하지만 벌렁 누워 청테이프를 붙이며 홀로 고통을 달래는 모습은 웃음과 동시에 짙은 페이소스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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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일검의 사생활>은 3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에피소드는 장형윤 감독의 <무림일검의 사생활>이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 과거, 초절정 고수를 꿈꾸며 수련에 매진하던 진영영은 그 어떤 칼에 맞아도 끄떡없는 강철같은 몸을 꿈꾼다. 역시 꿈은 이뤄지는 것일까. 그는 현재 시대에 강철,로 된 커피 자판기로 환생한다. 그리고 술만 먹으면 한없이 동정심이 커지는 혜미를 만나 난생처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판기와 한 여인의 사랑,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올 법 하지만 작품은 사뭇 진지하면서 서정적이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최후의 일전을 마치고 마주한 두 주인공의 표정은 말 그대로 ‘러블리’다. 특히 영화 후반부 북쪽의 고수 북극곰들과의 결투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진영영(자판기) 앞에서 진심어린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혜미의 모습은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끊임없이 싸움을 해야 하는 진영영의 고민이 덧붙여지면서 작품은 탄탄한 드라마로 완성된다. 물론 무림고수 자판기, 얼룩말, 북극곰 그리고 혜미가 펼치는 유머는 기본이다.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지난해 열린 33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총 7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 여운이 크다. 한국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 웃음 뒤에 숨겨진 삶의 그늘, 그리고 첫사랑의 설렘까지. 세 작품은 <쿵푸 팬더>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산’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상상력을 선보인다. <셀마의 단백질 커피>가 반가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독립 애니메이션이 개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등장한 작품이라는 당의적인 차원이라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주는 재미와 감동에 충실하다는 것. 세 작품은 모두 오는 26일 개막하는 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나란히 초청됐다. 김운기, 연상호, 장형윤 감독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안효원 기자(FIL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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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촌총각 2008/06/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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